외환 당국이 27일 추가적인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일단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계속되는 정부의 개입이 외환보유액만 낭비할 뿐 환율 방어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5.30원 하락한 1084.1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10억달러 가량을 쏟아부었다.
외환 당국이 적절한 시점에 개입에 나서면서 1100원 진입을 저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최근 환율 상승이 전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와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것인 만큼 정부의 매도 개입이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100억달러에 근접하고 있어 정부가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2475억달러 규모였으나 한 달 간 시장 개입, 외화 표시 자산의 평가손 등으로 현재 외환보유액은 230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를 넘으면 적정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강 장관이 언급한 2100억달러는 유동외채 규모다. 유동외채는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외채에 장기외채 중 잔여 만기가 1년 이내인 외채를 합한 것이다.
유동외채 규모가 2156억달러,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이 2300억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부가 시장 개입을 위해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200억달러 남짓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 풀어봤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입 여지가 200억달러 정도 남아있더라도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크게 커졌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환율을 제대로 방어하기 힘들다"며 "이미 시장 개입을 위해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소진한 만큼 추가로 개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더이상 외환보유액을 헐어 환율 방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정부의 개입 여지를 축소시키고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외환보유액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려워지면 외환보유액도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외환딜러는 "수출업체들이 달러화 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당국의 개입만으로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9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채권 만기분을 정리한 뒤 일제히 환전에 나설 경우 환율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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