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위기 사태가 끝날줄 모르는 가운데 모기지시장의 불안감은 완화되고 있는 반면 이번에는 변동금리부채권(FRN)발 '태풍'이 휘몰아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FRN은 유럽에 금리상승에 따른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일정기간 계약된 확정이자율로 이자를 지급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금융시장의 이자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사채를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지난 2006년 발행한 FRN이 대거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으며 그 규모는 7800억달러(약 780조원)에 달한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FRN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금융업계가 상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의 자산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진설명: 미국과 유럽 주요 은행들이 발행한 FRN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
FRN의 만기를 연장할 경우 금리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돈줄이 마른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게 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신용악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FRN은 일반적으로 2년 만기로 발행되며 지난 2006년 주요 은행들이 FRN 발행에 열을 올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실제로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FRN만 950억달러에 달한다. 다음달 FRN 상환을 위해 은행들이 자산 매각은 물론 예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 고금리 차입 역시 이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금융권의 자금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이 가열될 경우 '제살 뜯어먹기'식 경영이 확산될 수 있다.
JP모건의 알렉스 로버 애널리스트는 "내년까지 7870억달러의 FRN을 상환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6개월 전 상환 규모에 비해 43% 늘어난 것이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모건스탠리와 와코비아, HBOS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상환해야 할 FRN만 50억달러로 추정된다.
소시에테제네럴의 기 스테아르 신용 부문 투자전략가는 "상반기에 비해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9개월 동안 사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은행의 대대적인 '합종연횡'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FRN의 대거 만기 도래는 자칫 '제2의 신용위기'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8500여개의 은행과 저축은행 중 117개의 금융기관이 자산건전성 기준을 맞추지 못해 부실 금융기관으로 분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생존 자체에 대한 의문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에서 FRN 문제까지 더해질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구제금융 지원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신용위기 사태의 또 다른 '늪'이 될 것이라던 양대 국책모기지업체에 대한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사진설명: 월가 전문가들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불안이 줄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모기지 채권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신규 투자수익이 1998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모기지업계가 신용위기로 위험에 처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모기지 신청건수 역시 3주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지난주 모기지 신청건수가 전주대비 0.5%(계절조정) 증가했다.
모기지 금리는 장기물이 하락한 반면 단기물은 오르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30년 모기지 고정금리 평균은 전주의 6.47%에서 6.41%로, 5년 모기지 고정금리는 5.99%에서 5.94%로 하락했다.
1년 모기지 변동금리(ARM) 평균은 7.07%에서 7.15%로 올랐다고 MBA는 밝혔다.
메릴린치의 케네스 브루스 애널리스트는 "양대 국책모기지업체의 자본이 수분기 안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재무부의 구제금융 투입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브래들리 볼 애널리스트 역시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신용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매출액이 각각 50억달러를 넘어 손실 추정액인 15억달러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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