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기운이 돌기 시작한 9월,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 MB정부가 9월을 잘 넘겨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은 1,100원선을 육박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물가상승과 가계소비 위축은 물론 수출기업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리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경기를 위축시킨다.
그러나 9월에도 환율하락 요인보다 상승요인이 많다. 달러화가 강세이고, 외국인들의 주식매도 행진이 계속되는데다 고유가 여파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 등 대외불균형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앞으로의 경기흐름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째 동반하락하는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GDP 성장률은 1분기 5.8%에서 2분기에 4.8%로 급락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3.9%까지 추락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KOSPI지수가 1,400대로 주저 앉은 주식시장은 9월에도 불안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세계경기 침체로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전망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데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연 10%에 근접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이 달부터 내부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지출이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 인상이 전방위로 확산돼 서민 가계와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 물가는 재래시장 기준으로도 표준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 보다 12.6% 올랐다. 경총이 전국 100인 이상 24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3%가 올 추석경기가 작년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
사회적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로 인한 촛불 시위가 겨우 잦아드는가 했더니 종교편향 시비로 인한 불교계와 MB정부의 갈등이 심상찮다. 불교계는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등 관련자 처벌과 공직자의 종교차별 근절을 위한 입법 조치 등을 요구하며, 규탄 법회를 계속하고 있다. 역대정부에서 종교차별 갈등이 이 정도로 심각하게 드러난 적은 없다.
국제관계도 불투명하다. MB정부 출범 6개월이 넘었으나 남북관계는 여전히 경색되어 있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 문제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루지야 사태를 ‘불씨’로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계속돼 ‘신냉전’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MB정부가 동맹관계를 과시하던 조지 부시가 곧 물러날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 매케인 후보와의 접전 속에서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는 '北비핵화’를 정강으로 채택했지만, 한미 FTA에는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은 행정부보다 국회가 주도권을 갖는 시기다. 추경과 내년도 예산심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감세정책, 공기업개혁 등 여야가 격돌할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허 욱 기자 wugi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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