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현금흐름 악화, 투자기피, 고용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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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8-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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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고유가 여파와 환율상승, 세계 경기침체 등이 이어지면서 각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투자기피와 고용저하, 순이익 감소 등 각 부문마다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 기업들 현금흐름 악화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금융기업 중 12월 결산법인 601개사를 분석한 결과  영업활동으로 현금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기업은  작년 상반기 35.2%에서 올해 상반기 46.1%로 높아졌다.

부문별로는 내수기업, 중소기업, 건설업종의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의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1.8%로 대기업 1.9%에 비해 부진했고 건설업은 -11.3%로 가장 심각한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전체 39개사 가운데 74.4%(29개사)가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다.

연구원은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은 제품판매 부진, 대금회수 지연 등에 따른 것으로 세계경제 둔화, 내수 부진으로 대내외 여건이 나쁘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국내외 경제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 생산은  수출호조 및 소비재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각각 9.1%, 3.9%증가해, 지난달보다 증가세가 확대 됐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가 6개월 연속, 향후 경기흐름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는 8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 대기업 유보율 772% 달할 정도로 투자기피

이 같은 경기침체는 제조업체들의 투자기피로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가 12월 결산 제조업체 56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유보율이 690.23%로 전년동기의 674.97%보다 15.25%P 늘어났다.

유보율은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 등을 통해 벌어들인 기업 잉여금이 자본금의 몇 배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이 수치가 높으면 기업의 재무구조가 탄탄해지기는 하나,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낮다는 의미가 된다.

대기업들의 유보율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평균보다 더 높아, 대기업들의 투자기피 현상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작년말 762.01%보다 10.56%포인트 늘어난 772.58%로 전체 평균치인 690.23%보다 훨씬 높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각종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 글로벌 투자환경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기업들이 투자를 계속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투자회피가 심화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열린 제6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기업들의 투자 및 고용확대를 직접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고용유발지수 낮아져 고용악화 심화

7월 기준 국내 고용시장은 신규 취업자 수가 15만명대에 머물면서 고용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통신업∙부동산임대업 등에서 고용유발지수(1단위 생산에 필요한 고용량)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고용시장 악화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올 상반기 제조업의 고용유발지수는 작년동기 대비 9.5%나 줄었고, 통신업도 10.9%, 부동산임대업 8.9%, 운수업 7.5%씩 각각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제조업 중심의 고용없는 성장과 건설∙서비스업의 침체, 투자와 소비 부진 등이 겹친데 따른 것으로 고용 부진과 내수 침체의 악순환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게 하고 있다.

◆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제자리 걸음’

환율상승은 곧바로 기업체들의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체들의 매출은 늘었지만, 외환 관련 손실 등으로 순이익은 제자리 수준이어서 ‘헛장사’를 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선물거래소가 579개 상장사들의 올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액은 440조2천억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23.91% 늘었다.

영업이익도 39조2천억원으로 23.92%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30조3천억원으로 1.01% 늘어나는데 그쳤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한진, 금호아시아나, SK, 롯데그룹의 순이익은 감소했다.

코스닥기업들도 통화옵션상품인 KIKO(Knock-In Knock Out) 등에 투자했다가 환율이 급등하면서 큰 손실을 낸 기업들이 많아 순이익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올 상반기 상장기업은 영업 측면에서는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환율급등으로 인한 외환손실이 커서 순이익은 별로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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