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시청 본관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1996년 보고서를 2일 공개하고 "시청사는 복원 후에도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며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본관의 보존·철거를 둘러싼 시와 문화재청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1996년 실시·작성한 정밀안전 진단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시청 본관의 보존을 주장하는 문화재 당국을 비판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그동안 이 보고서를 근거로 "시설물 전체의 구조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올해의 정밀안전진단에서 D.E급 판정이 나와 일부 시설물의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해 왔다.
보고서는 '콘크리트 중성화 깊이가 보강 철근 위치 이상까지 진전했기 때문에 중성화 측면에서 볼 때 콘크리트 구조물의 잔존 내구연한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중성화 측면에서의 콘크리트 수명은 다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안전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있다.
또 '철근의 부식 등 추가적 열화현상이 관찰되지 않는 한 시설물 전체의 구조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고 기술돼있다.
시는 이에 대해 "중성화에 의한 열화방지를 위해 모든 구조체를 외기와 습기로부터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콘크리트는 알카리 성분을 띠고 있어야 강도가 세고 튼튼하며 중성화 단계로 접어들면 그 수명을 다한 것으로, 건축물로서 효용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는 또 "1996년에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은 건축물 안전성의 근간인 철근 부식에 대한 자체 조사도 간과했다"며 "이는 서울시장을 비롯한 시청 직원들이 공간을 점유해 사무를 보는 상황에서 내부 심연까지의 정밀 안전진단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점검에서 본관동 검사 부위는 복도 부위 구조체로 한정돼 있었다고 시는 덧붙였다.
시는 또 시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별관으로 모두 이주한 2008년 6월, 과거에 살펴보지 못한 부위를 중심으로 천장.벽체 등 내.외부 마감재를 제거한 상태에서 정밀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D급 내지 E급' 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1996년 중성화 조사는 5곳을 대상으로 실시돼 그 결과 중성화는 깊이 최대 60㎜로 확인됐다.
그러나 올해 6월 조사 8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대 깊이는 110m였다.
특히 올해 조사에는 96년 당시 이뤄지지 않았던 부식여부 등에 대해서도 천장, 벽체 등 내·외부 마감제를 제거한 상태에서 정밀구조안전진단이 실시됐다.
그 결과 'D급 내지 E급' 판정을 받았으며 건물 내 부식된 곳은 1층 기둥 16개, 보 20개, 슬라브 20개 등 총 56개, 4층 기둥과 보, 슬라브 등 총 100곳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시는 "시청사는 내진설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아 현재 다중 이용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공공건축물로 적합하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본관동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일을 추진하면서 문화재 보존이라는 가치를 지키되,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의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이날 반박 논평을 내고 "정밀진단에서 D급이면 보강공사를 해야 하고, E급이라면 안전 조치 후 보강공사를 해야 하는 것이지 철거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서울시의 주장대로라면 근대건축인 덕수궁 석조전과 한국은행, 서울역, 명동성당 등도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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