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통화가 1년내 추가로 10% 이상 하락할 것이며 특히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1000조원 이상의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럽계 투자은행 ABN암로는 3일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앞으로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 12% 하락할 것이라며 지난 2001년부터 아시아 자본시장으로 유입된 1조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설명: 아시아에서 1000조원의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
그는 "앞으로 2개월에 걸쳐 아시아 통화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은행들이 자금을 빼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신용위기가 가시지 않으면서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시아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통화의 급락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한국의 원화다. 지난 1달간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1% 급락하며 엔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10개 통화의 하락을 주도했다.
역외선물환 시장을 통해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예상이 맞는다면 달러/원 환율은 2003년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게 된다.
ABN 암로는 지난 2001년 이후 아시아에 몰려든 자금이 1조달러에 달하며 이중 5분의2 이상이 중국에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 투자된 자금은 3분의1 정도로 추정되며 나머지는 인도와 대만으로 유입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국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다고 ABN암로는 진단했다. 현재 외국인들은 2170억달러 어치의 한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반도체업종을 비롯해 첨단기술산업이 고전을 이어가면서 대만증시 역시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ABN암로는 내다봤다.
한편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분석했다.
최근 1년간 달러/원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한국은행을 비롯해 정국 혼란과 함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시장개입을 통해 최소 10억달러 이상을 쏟아붓고 있지만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1억5000만달러를 투입했으며 말레이시아가 6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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