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는 이 대통령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내놓지 않으면 추석이 끝난 뒤 이달 말이나 내달초 대구ㆍ경북권부터 시작해 부산ㆍ경남, 충청ㆍ전라권 순으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열고 재야 및 시민단체와의 연계나 전국승려대회 개최 등으로 항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불교계의 종교차별 항의가 장기화하며 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불교 지도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어 양측 모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비록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지난 달 27일 범불교도 대회 직전 불교계와 정부가 이룬 의견접근 정도를 감안하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언급될 수 있는 대통령의 사과가 문제를 한꺼번에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시 불교계와 정부는 주요 쟁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했으나 대통령의 사과 표명 여부가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불교도 대회 봉행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인 원학 스님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유감 조차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혀 '강한' 유감 표명이 이뤄졌더라면 불교계가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느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는 또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 요구의 경우 "파면에 이를 정도로는 명분이 약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고, 공무원의 종교 중립 입법화는 "앞으로 더 논의할 여지가 많은 대목"이라고 밝혀 다른 쟁점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따라서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국민과의 대화'가 공식적인 자리가 확실한 만큼 대통령의 사과 또는 강도 높은 유감 표명 발언이 나온다면 극적인 상황 반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불교계의 기대 섞인 관측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온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것보다 더 공식적이고 확실한 자리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이 대통령이 '종교 중립'과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책임을 전가하거나 애매한 표현으로 일관한다면 오히려 발언을 안한 것만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나라당의 허태열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앞으로 '국민과의 대화'도 있을 것이고 언제든 계기가 있으면 대통령이 (사과를) 못 할 분도 아니라고 본다"고 밝혀 불교계의 이런 기대를 높이고 있다.
또 일부 개신교계를 대표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권오성 총무 등이 3일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을 방문,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는 점도 불교계의 격앙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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