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은행들이 한국 경제의 9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는 리포트를 속속 발표해 주목된다.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4일(현지시간) 발표한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금융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메릴린치는 한국이 최근 증폭되는 있는 신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통화정책의 긴축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를 통해 메릴린치는 지난 2분기 한국의 부실채권 비율이 0.6%였다면서 이는 금융부문이 건실하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평가하고 기업 재무 상태 역시 견고하다고 덧붙였다.
또 8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2430억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 한국 경제의 위기가 없다는 점을 반영해준다고 메릴린치는 설명했다.
지난 1997년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급감했지만 현재 한국의 단기외채는 외환보유고의 70% 정도에 그친다며 한국은행이 단기외채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메릴린치는 밝혔다.
그러나 최근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전세계적인 신용위기 불안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메릴린치는 밝혔다.
자본 유출을 막고 이같은 불안감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메릴린치는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2005년 발생한 신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이 가속회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주저해 루피화 가치가 큰 폭 절하된 바 있다.
메릴린치는 한은이 현재 5.25%인 콜금리는 이번달과 10월, 11월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이 맞을 경우 한국의 기준금리는 6%로 상승하게 된다.
긴축정책과 함께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릴린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4.3%로 하향하고 내년 전망치 역시 4.2%에서 3.8%로 내려잡았다.
앞서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씨티은행을 비롯해 크레딧스위스, 리먼브라더스 등이 한국의 금융위기설이 근거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