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가 좀처럼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에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쥔 중동의 부자들이 전세계를 휩쓰는 신용위기 여파에는 아랑곳 없이 고급 자동차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중심가에 위치한 고급 쇼핑몰 앞에는 롤스로이스를 비롯해 험머, 마세라티 등 대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자동차들이 즐비하다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중동 시장이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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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막대한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시장에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럭셔리자동차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 |
최근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2년부터 유가가 5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중동 지역에는 현금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또 갤런당 최저 55센트에 불과한 기름값도 중동의 자동차시장을 키우는 배경이라는 평가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사우디아리비아와 UAE,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위원회(GCC) 국가들의 자동차시장이 올해 10% 이상 성장해 규모가 120만대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한국, 오스트레일리아와 비슷한 규모로 그리 큰 시장은 아니지만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대표적인 선진국 자동차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가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동 시장은 자동차업계에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 역시 신용위기 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올해 전세계 자동차시장 판매는 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테리 존슨 중동 지역 사업부 책임자는 "걸프 시장은 매우 매력적"이라면서 "높은 성장과 함께 많은 부자들이 살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에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지 기업이 없다는 사실도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유혹하는 배경이다. 자동차 판매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는 편이며 수입 관세는 5%에 불과하다.
배기가스 기준 역시 높지 않은 편이어서 중동에 수출할 때 미국과 유럽처럼 까다로운 규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 중동 시장의 매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사이트의 팀 암스트롱 이머징마켓 자동차 담당 책임자는 "미국, 유럽과 달리 중동에서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에서는 자동차를 바꾸는 교체 수요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고온과 모래 폭풍 등으로 자동차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또 중동에 해외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저가 차량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신문은 GM과 현대자동차 등 다른 업체들이 일본 자동차업계와 경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소형자동차가 중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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