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방침을 놓고 공항노조 뿐 아니라 정치권, 시민단체들마저 민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민영화 논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격적인 민영화 추진을 앞두고 이번주 중에 GE헬스케어 아시아 성장시장 총괄 사장을 지낸 이채욱씨가 신임사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여 노조와 신임사장간의 기 싸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공기업선진화추진계획 일환으로 인천공항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국 공항운영 전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포함 49%의 지분을 민간부문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아직 민영화의 기본방향도 확정된 단계가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개최된 공항 민영화 관련 공개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이달말에 열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민영화 기본방향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민영화의 구체적인 시기 및 방법 등도 이 기본방향을 토대로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쳐 최종 확정짓는 절차를 밟게 된다.
◆ 야권 “민영화 적정한 시기 아니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민영화 추진 방침에 대해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정치권뿐 아니라 공항노조는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8일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인천공항을 민영화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공사에서 상증법에 의해 자체 단순평가해 본 결과 1주당 4,321원, 자산가치사 3조원으로 평가됐고 1.3배 할증을 고려하더라도 1주당 5,617원, 자산가치사 4조원으로 평가된 것은 절대적인 저평가 상태”라며 “공사에 대한 주가평가가 저평가인 시점에서 민영화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국민적 합의에 의해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매각가치를 극대화하는 시점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유선진당도 최근 논평을 내고 “민영화 논란을 빚고 있는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이채욱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과 관련이 있다는 맥쿼리 펀드와 연관된 인물이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싶다면 흑자를 내는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정부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인천공항공사 사장 내정을 즉시 취소하고 민영화 계획에 대해 전반적으로 국민적 합의부터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항 노조 “국부유출 가능성도 높다”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도 공사의 민영화에 대한 반대논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강용규 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공기업이 이미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론적 원칙만으로 옥석구분 없이 무조건적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이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2008년에야 소규모 당기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고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는 2000억원을 초과하는 흑자경영을 달성, 법인세와 주주이익배당금 등을 포함해 정부에 1000억원 이상을 안겨줬다.
또 지난 6월 성공적인 2단계 개항에 따른 시설확장에 따라 향후 순이익 규모는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CI(세계공항협회)에서 주관하는 공항서비스평가에서 2005년부터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고, 국제화물운송은 세계 2위, 국제 여객운송은 10위, 화물 환적율은 아시아 최고수준인 50%대를 넘어섰다.
노조는 또 인천공항의 민영화는 국부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은 운영기간이 짧아 전체 자산규모에 대한 적정한 조정이나 충분한 감가상각이 이뤄지지 않아 장부상의 자산이나 자본금 규모가 과다하여 투자수익성이 매우 낮지만, 그동안 체계적인 성장전략사업들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미래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강용규 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의 해외매각 과정에서 제기됐던 숱한 시비와 의혹들을 생각하면 성급한 민영화에 따른 국부유출은 향후 수많은 논란과 함께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노조 “이채욱 신임사장 성향 파악이 우선”
특히 공항노조는 이채욱 신임사장 내정과 관련, 만일 이채욱 사장이 공항을 팔아치우는 선봉장이 된다면 퇴진운동까지도 불사할 것이라며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기 싸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만약 이채욱 신임사장이 인천공항의 실상에 대한 이해도 없이 오로지 정부의 꼭두각시로서 전 세계가 탐내는 알짜 공기업인 인천공항을 팔아치우는 선봉장으로 투입된 것이라면 조직의 존폐를 걸고 사장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채욱 신임사장의 취임에 대해 '반대만을 위한 반대'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채욱 사장이 임명된 후 노사간 대화를 통해 신임 사장의 의중을 파악한 후 퇴진운동을 벌이든 지, 아니면 공항발전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 나갈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 국토부 “정부-맥쿼리 유착설은 억측”
한편, 맥쿼리펀드 등 특정 해외기업에 인천공항을 매각하려 한다는 정치권 및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며 정부-맥쿼리의 유착설을 일축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매각방식, 절차, 시기 등 세부사항은 전문기관의 컨설팅, 자산평가 및 협상절차 등 국제적으로 확립된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체화되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라며 "이러한 절차에 비추어 보더라도 맥쿼리 등 특정기업에 매각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터무니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인천공항이 민영화되면 시설사용료라든지 공항서비스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반대측 논리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항공사법에 따르면 공사지분을 동일인에게 15% 이상 매각할 수 없을 뿐더러, 정부가 지분 51%를 계속 갖고 있기 때문에 공항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한다고 해서 민간자본이 공항운영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하면 민간자본이 공항운영을 맘대로 해서 시설사용료가 오르고, 서비스 수준도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 오히려 시설사용료나 서비스에 대한 감시규제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민영화 반대 논리들을 일축했다.
◆ 전문가들 "공항 민영화 보완해 신중히 추진"
김연명 한국교통연구원 실장은 "큰 틀에서 민영화는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며 "파급 효과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고 지분을 외국 기업에 매각할지 국민주로 할지 연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석 한서대 교수는 "점포, 임대료 등과 연관된 수익 비중이 높은 상업적 공항 모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전통적이든 상업성 위주의 공항이든 최우선 과제는 공공복리를 추구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천공항은 물류단지 확장과 에어시티 개발 등 핵심 사업을 추진하면서 영업수익이 늘 수 있어 지분 매각기간을 충분히 설정하는 등 유연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천공항은 환승율이 나리타 공항이나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못미치는 12% 수준이고 비항공 수익도 낮다"며 사업영역 다각화를 통한 비항공 부문 수익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붕 기자 pjb@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