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국토부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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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9-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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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대통령 "그린벨트 추가 해제"-국토부 "검토 안한다" 잇단 혼선 혼란만 키워

도심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잇달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는 한이 있어도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도심 개발의 필요성을 거듭 내비쳤지만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권도엽 국토부 차관은 10일 기자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을 공급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권 차관은 이어 "대통령의 발언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도심에서 주택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인 데도 그린벨트 추가 해제 가능성을 배제해 버린 것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조합설립 이후 착공 이전 단계인 재건축아파트는 현재 12만가구에 불과해 획기적인 규제완화 없는 재건축ㆍ재개발로는 도심에 공급할 수 있는 주택 물량이 많지 않다.

이 대통령은 또 "새롭게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 부부가 신도시에 가서는 출퇴근을 하지 못한다"며 "이미 갖춰진 도시에서 재개발ㆍ재건축된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언급한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소형주택의무비율과 임대주택의무비율 등 아직 남아 있는 관련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번에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권 차관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8ㆍ21 대책을 조기에 정착시켜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며 당분간 추가적인 규제완화 계획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과 국토부의 엇박자는 지난 3일에도 노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도심개발을 위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고 8ㆍ21 대책에서 빠진 소형주택의무비율과 임대주택의무비율에 대한 완화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한 포럼의 초청 강연에서 "재건축 소형ㆍ임대주택의무비율 완화와 관련해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도심 재개발 사업에 주력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이 도심 재건축ㆍ재개발이다.

그만큼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시장의 실망은 컸다. 규제완화 속도가 지지부진했던 데다 정부 내에서 빚어진 잇단 혼선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결국 관망세가 짙어져 시장에서는 거래가 끊겼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깊어졌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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