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기간중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맞고 세계 3,4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가면서 세계 경제의 심장인 미국 뉴욕의 금융시장이 '공황(패닉)'에 빠졌다.
초대형 보험사인 AIG도 투자자의 신뢰회복을 위해 자산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앞길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 리먼 파산에 美 긴급 수습조치=이번 주초 산업은행과의 협상에 이어 바클레이즈, BOA 등과 지분협상이 모두 실패한 리먼 브러더스는 이날 성명을 내 미국 뉴욕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리먼의 매각에 적극 간여하고 있어 주말 안에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던 기존 전망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베어스턴스는 물론 최근 패니메이, 프레디맥 사태때와 달리 대규모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 큰 원인이었고 잠재적 인수 협상자들은 주말을 기해 차례로 협상장을 떠났다.
미국 금융당국도 매각 실패에 따라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긴급 대출 프로그램의 담보허용범위를 늘려주는 확대안을 내놓은데 이어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고객들이 리먼 관련 악재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방침과 함께 고객자산 보호조치에 착수했다.
◇亞 금융시장 벌써 흔들..국내시장도 충격 전망=미국시간 주말에 터진 리먼의 파산신청 소식이 터지면서 국제금융시장으로 타격이 확산될 조짐이다. 중국과 홍콩, 한국 시장이 추석 연휴로 인해 열리지 않았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그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50분 현재 대만 증시의 가권지수는 전 주말대비 4.09% 폭락한 6,052.45까지 밀려났고 호주와 뉴질랜드, 태국과 싱가포르 증시도 일제히 1%대가 넘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엔화에 대한 환율 역시 이날 오전 11시 1분 현재 1.80엔 내린 106.14엔에 거래됐고 유로화에 대해서는 0.0112 달러 하락한 1.4344에서 움직였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가별 위험도를 평가하는 핵심지표인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도 투자등급 채권의 경우 지난 12일 190bp(1bp=0.01%)선에서 이날 최고 215bp까지 상승했다.
CDS란 신용위험을 회피하려는 채권 매입자가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매도자에게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부도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 사전에 정한 손실을 보상받기로 하는 계약이며 프리미엄은 채권 발행자의 부도 위험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 증시도 추석 연휴전인 지난 12일 시장이 리먼 사태 해소 기대감 등을 반영한 미국 증시의 반등을 반영해 코스피 지수가 34포인트나 반등했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8.70원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날보다 0.40원 하락한 1,109.10원으로 마감됐다.
그만큼 안정된 상태로 연휴에 들어간 상태라 16일 개장시 심리적 충격이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먼의 파산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정리된 셈"이라며 "미국 금융시장의 부실들이 빠르게 정리됐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신호가 되겠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다시 강화되는 등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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