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살아남은자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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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9-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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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대 투자은행 中 3개 사라져 몸집 줄이기 관건 vs. "이미 많이 줄었다"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3개가 역사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경쟁자들을 제거한 셈이 됐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태다.

베어스턴스를 시작으로 리먼브라더스와 메릴린치 등 업계 최강자들이 속속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투자은행 업계 비즈니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업계는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3월 업계 5위 베어스턴스가 JP모간체이스에 인수된지 6개월만에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했고 3위인 메릴린치는 상업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간판을 넘겼다.

   
 
사진: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
지난 100여년간 미국 자본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투자은행 업계가 붕괴되고 있는 것에 대해 파생상품시장에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실과 감동당국의 규제와 감독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유럽 최대 투자은행 UBS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의 금융그룹으로 안전적인 자산운용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수년간 미국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했다가 380억달러(약 38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은 뒤로 한채 최고의 수익만을 좇는 미국 투자은행업계의 관행이 최근의 비극을 초래했다면서 업계 1, 2위로 살아남은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미래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의 미래는 당장 이번주 진단해볼 수 있다. 지난 8월로 마감한 분기실적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두 기업 모두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나 최근 수개월에 걸쳐 실적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크게 기대할 것은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내다봤다.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미국 경제의 침체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투자은행 업계 역시 추가적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자본 조달을 꺼려하게 되고 헤지펀드 역시 몸을 사리면서 전체적인 수익 창출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곧 투자은행들의 마진 축소를 의미한다. 최근 월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펜하이머의 메레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투자은행 업계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지만 비용 감소폭은 10%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업계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신용위기 사태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과소평가한 것이다. 

   
 
사진: 모간스탠리 존 맥 CEO.

매출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비용 축소를 게을리한 것도 신용위가가 늦어도 1년 안에는 해결될 것으로 잘못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은행 업계가 적절한 수준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22~50%까지 축소해야 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4분기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투자은행 비즈니스 자체가 축소됐지만 3대 업체가 사라지면서 업계의 몸집 줄이기가 예상만큼 크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출현하고 있다.

처치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그레고리 처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의 전반적인 회복이 없이는 이들의 주가 역시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투자은행 업계의 주가 반등을 기대하는 것을 힘들다는 점을 시사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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