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80% 외국계 파생상품
국내 증권사가 미국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낸 리먼브러더스가 만든 파생상품을 판매한데 따른 손실이 수천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은 리먼브러더스 파생상품에 7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가운데 국내 증권사가 리먼브러더스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규모는 3500억~4000억원 수준이며 나머지는 주식워런트증권(ELW)에 대한 유동성 공급(LP) 물량이다. ELW는 발행사가 리먼브러더스 물량을 인수한 뒤 LP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ELS를 들여와 판매한 국내 증권사는 해당 물량을 고스란히 손실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는 발행사가 디폴트(지불 불이행)에 처하면 손실을 떠안는 노트(일종의 채권) 계약을 맺고 외국계 증권사 ELS를 들여와 판매했다. 따라서 외국계 증권사가 쓰러지면 국내 증권사는 ELS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 ELS를 판매한 국내 증권사는 일부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 리먼브러더스에 검사단을 파견한 만큼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손실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리먼브러더스 관련 ELS 노출 규모가 전체의 1.7%에 불과해 국내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우증권 정길원 연구원은 "최근 대형 증권사는 리먼브러더스와 ELS 거래를 하면서 스왑거래로 전환해 손실액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일부 소형사는 이번 분기 실적에 상당부분 손실 처리가 불가피해 주가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실제 일부 증권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리먼브러더스 ELS 투자와 관련한 계약을 전환함에 따라 손실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신용위기 사태로 많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시장에서도 ELS 관련 잠재 위험이 높아졌다는 우려다.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가져다 판매한 ELS 물량은 전체 80% 이상을 차지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6월말 기준 ELS 미상환 잔고는 25조276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4.7% 증가했다. ELS는 지난해 25조8000억원 가량 발행됐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5조6783억원 어치가 팔렸다.
국내 증권사와 대규모 ELS 거래를 한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는 UBS가 가장 규모가 크다. 이어 크레디트스위스 메릴린치 도이치은행 JP모간 리먼브러더스 소시에떼제네랄 골드만삭스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입을 손실규모는 회사마다 계약형태가 다양해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가 모두 디폴트가 난다고 가정하면 손실규모는 1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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