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라더스사의 파산신청에 이어 세계최대 보험사인 AIG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는 등 최근 미국發 ‘쓰나미’ 경제위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美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예상 밖의(?)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점진적 매출증가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美소비시장의 잠재성, 즉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사양 제품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들 역시 현 시점이 오히려 미국시장에 대한 공격적 투자 및 마케팅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임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 “환율상승에 대한 기대감 없다고 할 수 없어”
美시장에서 선전하고 국내 굴지 기업들은 현지 경제상황에 예의주시하면서도 환율상승에 따른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LG전자 관계자는 17일 “미국경제 불황이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미 경기 흐름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간 프리미엄 제품 판매 전략을 전개해 온 만큼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의 매출 증가를 기대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니”라면서 “특히 내년부터 미국은 디지털 방송을 수신하게 된다. 텔레비전 관련 제품수요가 늘어나 매출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소비시장의 체질이 ‘저가→고가’, ‘저사양→고사양’으로 변모, 이에 발맞춘 사전 준비가 철저하게 이뤄져 왔다는 설명.
미국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그는 “외국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불안 요소가 제거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경제 위기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호재와 악재가 혼재돼 있어 뭐라 딱히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환율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 뒤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미국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지난해 세운 전략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언급, 총체적 경제난국 돌파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변동에 따라 국내기업들이 위기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일반 기업으로 전이되는 악영향은 적을 것”이라면서 “자사 영업상황에 대한 면밀한 체크와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미국시장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연·월평균 실물경제 수치따라 적절히 대응해야”
이어 “환율시장이 널뛰기 한다 하더라도 실물시장은 그렇게 운영되지 않는다”면서 “각 기업들은 연․월평균 실물경제 수치 변동을 보고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유력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환율(급등)상황이 국내 업체들에게 우호적인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당장 미국 내 수요 부진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하지만 향후 2~3년만 놓고 본다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위한 비용지출은 기업들의 단기적 수익성을 악화 시킬 수 있지만 우리 기업에 유리한 환율 등 외생변수가 존재하고 있어 미국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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