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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신용위기 그 끝은 어디인가? [上] 신용폭풍, 글로벌 증시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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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9-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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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본시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부실로 시작된 전세계적인 신용위기 여파가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뿌리채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경제를 선도했던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면서 금융시장 메커니즘이 변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신용위기 사태의 현황과 근본적인 문제를 분석해보고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전망해본다>

上. 신용폭풍으로 증시 초토화
中. 신용폭풍 파장 어디까지?
下. 헤게모니 상실한 미국 앞날은?


미국발 신용폭풍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 정부가 결국 사상 최대 규모의 강력한 금융시장 개입에 나설 정도로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뒤흔든 신용위기 여파는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선언과 메릴린치의 전격적인 매각, AIG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까지 미국발 신용폭풍에 글로벌 자본시장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것이다.

전세계 금융권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던 미국 투자은행업계가 역사상 최대 위기에 빠지면서 전문가들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유례없는 혼란에 직면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대 피해자 '증시'...1년간 19조달러 사라져=신용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아닌 주식시장이었다.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전세계 주식시장에서는 약 19조달러(약 1경900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신용위기 당사자인 미국이 역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시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최고치에서 25% 하락한 것은 물론 5년 동안 지속된 강세장에서 얻은 상승폭을 절반 이상 잃어버린 셈이 됐다.

   
 
사진: 미국발 신용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서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지난해 10월 S&P500지수는 지수 1565포인트를 기록했다. 5년전 776포인트에서 2배 상승한 것이다.

미국 당국의 대대적인 시장 개입 선언으로 주말을 앞두고 반등에 성공하며 지수 1250포인트를 넘어서기는 했지만 주중에는 1150선 밑으로 하락하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주말 반등에도 불구하고 S&P500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내틱시스 블레슈로더의 존 로크 기술적 분석 책임자는 "일부 랠리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저점을 지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시장 흐름을 감안할 때 증시가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할 경우 앞으로 증시 전망은 그야말로 험난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2년 약세장 당시 10월부터 11월까지 S&P500지수가 20%가 넘게 반등하면서 약세장을 탈출하는 듯 보였지만 2003년 3월까지 다시 15%나 하락했으며 이같은 증시 흐름은 1987년을 비롯해 미국증시가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을 때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주의 움직임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이 비관론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S&P500 금융업종지수는 지난해 최고치에서 50%가 넘게 빠진 상태다. 이는 1962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신용위기 직격탄을 맞은 미국의 금융업종이 46년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유럽증시 초토화...브릭스 신화도 깨져=유럽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 주요 증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는 올들어서만 30% 하락했다.

유럽증시에서도 금융주가 증시 폭퐁의 중심에 섰다. 유럽 최대 투자은행 UBS는 지난 15일부터 3일 동안 무려 주가가 33%나 폭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주말 반등에 나섰지만 여전히 전주 대비 주가는 11%나 하락한 상태다.

MM 와버그의 카르스텐 클루드 투자전략가는 "최근 시장과 같이 변동성이 큰 장세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면서 "미국 금융시스템 전체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신용위기 사태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곳은 러시아다. 자원대국으로 부상하며 '파죽지세' 형국으로 상승세를 지속하던 러시아증시는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주가 폭락에 따라 주식거래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둘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19일 러시아 정부가 5000억루블(약 20조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증시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달러화 표시 RTS 지수가 20%가 넘게 폭등하고 루블화 표시 Micex지수가 30% 넘게 올랐지만 여전히 시장 상황은 불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진: 중국을 비롯해 브릭스 역시 신용위기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함께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오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의 신화 역시 산산히 부서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먼 사태 이후 신용폭풍이 휩쓸면서 러시아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5월 중순에 비해 4300억달러어치가 사라졌다.

중국 역시 주말을 앞두고 대대적인 반등에 나섰지만 주중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포인트 밑으로 하락하는 등 위기를 지속하고 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고점 대비 70% 가까이 떨어진 상황이다.

◆당국 증시 살리기에 '올인'...낙관론  vs. 비관론 '팽팽'=증시가 폭락사태를 지속하면서 각국 정부의 '증시 살리기' 역시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9일 금융주에 대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증시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재천명했다. 

SEC는 799개 금융주에 대해 내달 2일 자정까지 공매도를 금지했으며 필요할 경우 공매도 금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일부터 새롭게 적용하고 있는 공매도 규제보다 더욱 공격적인 조치로 SEC는 금융시장을 보호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SEC는 설명했다.

SEC는 이미 지난 여름 19개 금융주에 대해 29일간 `네이키드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네이키드 공매도란 주식이 없는 상태에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뜻한다.

   
 
최근 1년간 MSCI 월드인덱스 추이 (출처: MSCI Barra)

영국 금융청 또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금융청은 0.2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종목에 대해 포지션 공개를 의무화했으며 공매도 금지 규제를 금융주 이외의 다른 종목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 정부는 18일 증권거래세 폐지, 국영기업의 주식 매수, 국부펀드 자회사의 은행주 매입 등 각종 증시 부양책을 쏟아냈다.

중국의 내각인 국무원, 재정부, 국가세무총국(SAT) 등은 전일 주식을 매수할 때 부과하는 증권거래세(세율 0.1%)를 폐지했다. 매도에 대한 거래세율은 유지됐다.

이같은 증권거래세 조정은 중국 정부가 지난 1991년 이후 단일화된 증권거래세를 부과한 후 처음으로 증권거래세율을 내린 것은 올 들어서만 두번째다.

각국의 대대적인 증시 부양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이퉁증권의 장치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증시 부양 효과는 앞으로 수주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18년 증시 역사상 이같이 대대적인 증시 부양책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반면 신용위기에 따라 펀더멘털 악화 상태가 지속되는 한 증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다.

버트 엘리 엘리앤컴퍼니 애널리스트는 "정부 주도로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털어버린다면 손실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면서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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