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빨간불..해외투자는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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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9-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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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부터 국내시장을 흔들어놨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 환율 폭등에 이어 세계 금융위기 소용돌이까지 몰아치자 국내 실물경제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을 위축시켜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를 옥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세계 경제 불황은 수출과 내수를 가리지 않는 글로벌 시대인 만큼 이번 국제 금융위기가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더 끌어내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가 기업들의 줄도산을 몰고 왔던 1997년 외환 위기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H사는 지난해 환율이 떨어질 때 환차손을 입어 올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으나 미국 금융 위기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달러화 대출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임에도 자금 조달을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조선업체인 A사는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선박 금융 관련 은행 보증수수료가 올라가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금융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보류할지 결정해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500%를 쉽게 넘던 주요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현재는 대부분 100% 밑으로 떨어져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강화된 데다 국가 외환보유고도 충격을 견딜 만큼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갖고도 투자를 보류한 채 기회만 엿보던 기업들에는 세계 우량기업들이 싼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지금 상황이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 중소기업 자금난 가중
내수침체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사정이 경색되자 시중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함에 따라 한층 더 자금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이어짐에 따라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액은 7월 5조5천억 원에서 8월 1조8천억 원으로 급감했으며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금리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안순권 연구위원은 "외환 유동성 경색이 국내 원화 유동성 경색으로 번질 조짐이 있어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을 비롯한 중소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 투자위축, 소비침체 등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ㆍ내수 모두 걱정
우리 경제가 내수가 부진하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상품 시장의 최대 수요국인 미국의 유동성 경색은 세계 교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 수출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번 금융 쇼크로 인해 각국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자동차 시장이 영향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면서 컨테이너 부문이 영향권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북미로 나가는 화물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해도 7% 정도 물동량이 줄었다.

항공업계는 금융위기가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침체로 이어지면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며 수심(愁心)이 깊다.

정유업계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사용이 줄어들고 정제마진이 급감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해지면 부동산 시장이 더욱 타격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건설경기 침체로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에서 중점적으로 발생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부실화될 경우 금융기관은 물론, 건설회사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국내 경기 침체를 부채질해 소비가 급감소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금융계에도 영향을 미쳐 금리인상과 부동산 침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매출 호조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수업종인 화장품과 제약업계는 당장 금융위기 여파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원자재 상승에 환율 상승까지 이어져 원가상승 압박이 크다.

주원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은 수출과 내수에 구분이 없다"며 "그러나 수출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성호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특히 미국 경기가 침체하면 가장 큰 피해국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중상위 계층들은 위기에도 소비가 줄지 않고 일본산을 쓰겠지만 한국산을 이용하는 일반 소비층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국, 동남아산을 찾게 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 해외 M&A 기회 될까
전자업계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글로벌 M&A와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세계적 경기 둔화로 우량기업들이 싼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특수한 시장 상황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플래시 메모리카드 업체인 미국의 샌디스크 인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가 예상하는 샌디스크 인수 금액은 58억 달러 안팎에 달한다. 이는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던 두산의 '밥캣' 인수(48억 달러)보다 10억 달러나 많은 금액이다.

LG전자는 독일의 태양광에너지 전문기업인 '코너지' 그룹과 태양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설립을 추진 중이며, 삼성전기는 대만의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J3의 중국 내 생산법인 유니캡을 인수키로 했다.

안순권 한경연 연구위원은 "키코 사태까지 겹쳐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예상되나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은 오히려 국내외의 좋은 매물들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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