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경제가 지난 20년간 믿었던 신뢰가 송두리째 뒤바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정부가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개념에서 정부가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쪽으로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대 리처드 실러 교수는 WSJ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불과 1년만에 자본주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180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정부의 규제가 치열 경쟁속의 국제무대에서 미국 금융산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폴슨 장관은 지난 19일 미국발 신용위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이라고 광범위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면 수정했다.
사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신용위기 절정으로 향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 |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 개입 조치를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신문은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은 물론 글로벌 자본시장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 역시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AIG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까지 사안별 구제를 포기하고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용위기 사태는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의 목표가 이익 또는 손실을 내는 것에 있다는 믿음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금융시장이 자본을 배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시장 과열 문제를 시장 스스로 해결한다는 명분 역시 힘을 잃고 있다.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와 19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위기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개념이 힘을 잃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진정되면 금융시스템 자체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할 것이며 글로벌 자본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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