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가 유례 없는 약세를 보이면서 만기를 앞둔 외화대출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은행에 만기를 추가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은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53원으로 작년 말(939원)보다 218원이나 올랐다. 원·엔 환율은 상승 폭이 더욱 커 같은기간 100엔당 828원에서 1088원으로 259원이나 급등했다.
이로 인해 외화대출자들은 엄청난 환차손을 입게 될 처지에 놓였다. 엔화대출로 50억원 빌렸다고 가정할 경우 원·엔 환율이 100원 급등할 때 갚아야 할 원금은 5억4000만원 가량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운전자금 용도로 외화대출을 받은 경우에 기한 내 환차손을 물고 대출을 상환하거나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는 원화대출로 갈아타야 한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외화대출 용도에 제한을 두면서 운전자금 대출은 만기를 연장해 주지 못하도록 했다가 올해 3월 환율이 큰 폭으로 치솟자 1년에 한해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만기 시점이 다가오자 외화대출자들은 추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엔화대출은 금리가 연 3.5%대로 원화대출 금리(7∼8%)보다 낮아 중소기업들이나 개원 의사, 변호사 등 우량 개인 사업자들이 운전자금 용도로 빌리는 사례가 많았다.
한은은 그러나 추가 기한 연장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미 올초 한차례 기한을 연장해 연말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다 향후 환율 변동을 예측할 수 없고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사정도 좋지 않다는 데서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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