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영역 보호 위한 사업방해 주장
금융결제원이 은행을 감싸기 위해 증권사에 과도한 가입비를 부과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25일 증권협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35개 증권사에 자사 금융망을 이용해 소액결제서비스를 하는 대가로 6488억8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결원은 자기자본 기준 1조원이상 8개사와 5000억원 이상 5개사, 5000억원 미만 22개사로 나눠 현금지급기(CD) 타행환 전자금융 자금관리서비스(CMS)를 위한 금융망 가입비로 이같은 금액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금융망을 통해 이용 가능한 서비스는 보험료 전화료 공과금 판매대금을 비롯한 지로납부와 현금입출금 계좌이체 타행송금 인터넷뱅킹 급여이체 펀드납입을 포함한 일상생활에 밀첩한 대부분 결제가 포함된다.
증권업계는 은행이 주인으로 있는 금결원이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사가 소액결제 기능을 취득해 기존 은행 업무영역을 침해하는 것을 금융망 가입비 과도책정을 통해 막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최근 증권사 자산종합관리계좌(CMA)에 시중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소액결제서비스까지 가능해지면 은행 보통예금 고객이 대거 증권사로 이동할 우려가 있다.
증협은 2001년 9월 서민금융기관인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저축은행이 금결원 금융망에 가입할 때 총예금액이 71조2070억원에 달했고 점포수가 3209개였는데도 가입비가 709억원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증권업계에 부과된 가입비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총예탁금규모는 15조8170억원이고 점포수는 1742개에 불과해 예금을 기준으로 할 때 서민금융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입비를 책정한다면 150억원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자통법 시행이후 대기업이 증권업에 진출하고 사업범위 확대로 규모가 커지더라도 금결원이 요구하는 가입비는 과도하며 3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은 무리라는 게 증권업계 판단이다.
특히 증협은 금결원이 CD망 이용료로 부과하려는 3202억원은 2005년8월 대법원 판례로 볼 때 명백히 사업방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당시 신한은행이 신용카드 가맹점 공동이용망 가입비 250억원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에서 "필수설비적 성격을 가진 시설을 이용하려는 신규참가자에 대한 부당한 가입비 부과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사업방해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적정한 가입비 산정기준은 신규참가자 이용정도와 향후 공동이용망에 대한 기여도가 반영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용구 증협 부회장은 "금결원이 높은 가입비를 요청하는 바람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과도한 가입비는 명백한 사업방행행위이며 현재 금결원이 요청한 절반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금결원 관계자는 "가입비는 1992년 이후 투자비용과 예상수익을 기준으로 모든 기관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은 2001년 금융망에 가입해 지금과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현재 증권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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