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광복절 사면 이후 본격적인 경영활동과 더불어 특유의 '깜짝 인사'로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론'과 그린카 프로젝트를 제시하자, 곧바로 세계 4대 그린카 강국에 조기 진입하도록 현대기아차그룹이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정 회장은 이어 전경련 정기회장단 회의에도 참석했고, 한승수 한승수 국무총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조석래 회장과 함께 재계의 호스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정 회장의 해외 현장경영도 재개됐다. 정 회장은 26일 동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현장 점검과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수행을 위해서다.
이번 동유럽 방문은 지난해 4월 현대차 체코공장 기공식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정 회장은 이번 현장경영에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 자동차시장으로 부상중인 동유럽 지역에 대한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현대차 체코공장의 양산 준비 및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 현황, 현대차 러시아공장 건설 준비 현황도 점검할 계획이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상트페테르부르크 위치)은 지난 6월 기공식 후 부지 정지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수요가 급증하는 시장 상황을 감안, 생산규모를 오는 2011년 10만대, 2012년 15만대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계획이다.
러시아 공장 점검자리에서 정몽구 회장은 성장 잠재력에 있어 중국에 버금가는 중요한 시장인만큼 안정된 생산과 판매기반 구축으로 선두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역량 집중을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MK식 깜짝 인사` 부활
정 회장이 동유럽 출장길에 오른 지난 26일 오후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손꼽혔던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26일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전출됐다. 이어, 박정인 HMC투자증권 회장은 취임한 지 6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정몽구 회장의 독특한 인사스타일이 부활한 것이다. 정 회장의 깜짝인사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물론 재계의 화제거리였다. 연말 실적 및 중기발전 전략에 따라 이뤄지는 여타 대기업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의중에 따라 수시로 단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현대제철 사장을 임명 3개월 만에 전격 교체한 것은 물론 퇴직한 지 10년이 넘은 김용문 전 현대우주항공 사장을 지난 4월 초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장(부회장)으로 발탁한 것 등이 예측불허 인사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동안 정 회장이 재판과 사회봉사명령 이행 등으로 수시인사를 단행할 여력이 없었는데, MK식 인사가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그룹은 자동차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오랜 경험을 겸비한 김동진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정석수 사장과 호흡을 맞추게 되면 현대모비스가 향후 성장에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라며, 문책성 인사설을 부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늦어도 연말까지 일부 경영진 인사의 퇴진 및 문책성 경질 인사가 추가로 단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세대 교체`를 통해 현대차그룹을 빠른 시간내에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와 관련,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후계구도에 대한 고려도 깔려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옛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출신 고참 경영진을 물리치고 정의선 사장을 보좌할 젊은 피로 수혈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박재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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