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의회가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요동쳤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200원선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외환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에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진데다 각종 경제지표도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 어려워 환율이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9일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1188.8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2004년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며 지난 7월28일 이후 두 달새 무려 182.80원 급등했다.
환율 급등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은 국내 달러 유동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25억달러(32조4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으며 무역수지 누적 적자도 116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외화 조달 여건까지 악화돼 국내 금융시장의 달러 가뭄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미국 정부와 의회가 아시아 금융시장 안정을 겨냥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혼조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은 장중 한 때 1200원을 돌파했다가 당국의 매도 개입으로 겨우 1180원선을 방어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에 안착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 "지난주에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환율이 폭등했지만 오늘은 이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에도 환율 급등세는 여전했다"며 "외환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1200원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잇따라 외화 차입에 성공하면서 달러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환율 급등세는 국내 수급 상황과 대내외 여건을 감안했을 때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4분기에는 주가가 저점을 찍고 환율도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