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이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킨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은 과연 마땅한 대책이 있는가에 쏠려 있다.
29일(현지시간) 하원 부결 직후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은 떠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사태를 완화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과 경제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이 동원돼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경색 사태가 돌파구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시장 침체로 금융기관들이 자금 대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은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밖에 없는 상태다. 기업이 발행한 우량채권과 부실채권 모두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고 신용등급인 `AAA' 등급 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채권을 담보로 잡고 국채를 대여하는 형식으로 금융업계를 지원해왔다.
재무부는 부실채권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고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인 구제금융법안을 마련했지만 하원에서 부결되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사진: 美구제금융안 부결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2008년 9월 29일 워싱턴 시내 백악관에서 하원의 구제금융안 부결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IG와 와코비아 은행의 위기를 막은 배경에는 각각 구제금융이 투입되는 회사의 담보물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그 밖에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의 담보물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재무부가 기업 채권 등 담보물을 확보하고 공급하는 국채 역시 물량이 모자르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역시 지속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의회 차원에서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됨에 따라 정부가 금융업계의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자금이 직접 해당 기업으로 들어가 유동성 공급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같은 방법은 미국 자본시장에서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또 채권시장을 비롯해 자본시장 전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 큰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와 중앙은행의 총알이 사태 해결을 위해 충분한가도 문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올들어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투입한 공적자금이 5570억달러다.
양대 국책모기지업체에 재무부가 지원한 자금이 2000억달러에 달했고 연준이 경매방식을 통해 은행권에 지원한 돈만 1830억달러다.
AIG 구제와 JP모간체이스의 베어스턴스 인수에 들어간 자금도 1000억달러가 넘는다.
연준이 올해 가용할 수 있는 재원 9780억 달러 중 이미 3570억달러를 집행했으며 나머지 자금도 담보물 확보와 중앙은행으로써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할 유동성 문제 등과 관련 추가 집행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의 추가 구제금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기존 10조6150억달러에서 11조3150억달러로 늘려 구제금융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이 역시 하원에서 부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 역시 효과적인 카드가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신용경색 사태가 금리가 높아서라기 보다는 최고 등급의 채권마저 거래가 되지 않는 등 금융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구제금융법안을 대폭 손질해서라도 의회 재상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