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신용위기 폭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벨기에 최대 은행 포르티스에 구제금융이 투입되면서 포르티스 지분을 보유한 중국의 거대 보험사인 핑안보험에 불똥이 튄 것이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베네룩스 3국 정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벨기에와 네덜란드 합작 포르티스 금융그룹에 112억유로(약 19조원)의 구제금융을 긴급 투입했다.
사진: 포르티스에 대한 부분 국유화로 핑안보험이 상당한 손실을 볼 전망이다. |
포르티스는 지난해 ABN암로 인수에 242억유로를 투입했으며 최근 신용위기 사태가 악화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 왔다.
프랑스 BNP파리바와 네덜란드 ING, 라보뱅크 등이 포르티스에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위기에 처한 포르티스는 결국 부분 국유화로 결정이 난 셈이다.
국유화와 함께 포르티스는 위기의 원인이 됐던 ABN암로를 매각한다. 베네룩스 3국은 각각 포르티스의 자국 내 사업부 지분을 49% 취득할 계획이다.
문제는 핑안보험이 지난해 10월 포르티스의 지분 4.2%를 사들였다는 것. 핑안보험측은 지난 3월 지분을 5%로 끌어올리면서 최대 주주로 도약했다.
핑안보험의 포르티스 지분 인수는 아시아 금융기관이 유럽과 미국 금융기관의 주요 지분을 인수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핑안보험의 포르티스 지분 인수는 '약'이 아닌 '독'이 됐다. 중국 2대 보험사로써 막대한 규모의 해외 투자에 나섰지만 수익은 커녕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포르티스 투자로 인한 핑안보험의 손실이 이미 175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1년간 핑안보험 주가 추이 (출처:야후파이낸스) |
핑안보험은 즉각 투자자들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핑안보험의 셩리셩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당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베네룩스 3국의 결정으로 포르티스의 유동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시의 반응은 싸늘했다. 포르티스의 부분 국유화 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홍콩증시에서 거래된 핑안보험의 주가는 11%나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금융업계가 신용위기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이같은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핑안보험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주요 금융기관들이 진행한 가운데 모두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는 최근 국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모간스탠리 지분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원점으로 돌린 바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