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위기 폭풍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믿었던 구제금융안이 부결되면서 미국은 물론 글로벌증시가 초토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목말라했던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월가에 만연한 '모럴헤저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미 의회가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킨 배경에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지만 이는 결국 대선을 앞두고 신용위기를 비롯한 경제 침체를 조지 부시 행정부의 책임으로 돌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를 차별화시키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날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모럴헤저드마저 용인할 경우 대선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공화당 내부에 형성된 것이 구제금융안 부결의 주요한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진: 월가의 모럴헤저드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월가의 상징인 '황소상' 앞에서 구제금융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하원의 표결이 있기 전 의회가 가장 주목했던 점도 바로 모럴헤저드였다. 의회는 회사 부실여부와 상관없이 거액의 보너스를 챙겨온 최고경영자들의 보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70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신용위기의 주범이랄 수 있는 월가의 경영진들이 철퇴를 맞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믿던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모럴헤저드와 공화당의 '대선 플레이'가 구제금융안의 하원 부결을 이끌었다는 점에 이견을 다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아담 푸트남 공화당 의원은 표결에 앞서 펠로시 의장이 조지 부시 행정부의 금융위기 정책을 강하게 비난한 것이 공화당 의원들을 자극했다고 밝혔다.
존 뵈너 의원 또한 "펠로시 의장의 연설만 없었어도 표결에 도달했을 것"이라면서 "의장의 발언 이후 많은 의원들이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빈정' 상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표결에 앞서 전해진 펠로시 의장의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보수 이데올로기도 없고 감독, 징벌, 규제도 없다"는 발언이다.
민주당 소속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은 공화당 의원들의 비난에 대해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제금융법안 부결의 가장 배경은 바로 대선이다. 미국 경제의 침체가 악화되면서 부시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CN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가 하원의 부결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반대 의사를 밝힌 43%보다 많은 것이다.
AP가 실시한 설문에서도 45%의 응답자가 부시 행정부의 구제금융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찬성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4분의1 수준인 25%에 불과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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