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A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에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인수전 ‘4파’는 오는 13일 본입찰을 앞두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때 최대 8~9조원대로 추정되기도 했던 대우조선 매각가가 최근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 주가가 하향곡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유동성 위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인수가하락의 이득을 보게 될 ‘4파’가 웃음을 지을 찰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전격적으로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한 지각변동이 감지, 이들 4개 업체들은 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 전문>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4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막바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금융권을 필두로 한 ‘컨소시엄 구성전’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연금의 컨소시엄 ‘발빼기’ 선언이 각 업체들의 ‘지갑’ 불안감을 부채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각 업체들과 일부 금융권은 활발한 물밑접촉을 통해 컨소시엄 구성안을 확정, 이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국민연금 ‘아웃’, 또 다른 신호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일 개최키로 했던 대체투자위원회 전체회의를 취소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민연금의 인수전 불참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됐던 ‘큰손’ 국민연금의 중도하차 결정을 놓고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졌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투자리스크 가중이 주요인 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수익률 부진과 연금고갈론 등 그간 여론의 뭇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국민연금인 탓에 운신의 폭이 크지 못했던 것 것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핵심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우조선이 확실한 수익원으로 거듭나게 될지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대목.
이에 따라 그간 국민연금에 컨소시엄참여를 타진해 왔던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인수전 ‘4파’는 본 입찰(13일)을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자금조달 계획을 비롯 컨소시엄 구성전략의 일정부분을 수정해야 하는 고민에 직면하게 됐다.
표면적으로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금성 자금여력이 충분(5~7조원대)하고, GS와 한화 또한 자체 자금조달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후폭풍’ 피해는 없어 보이나 확실한 투자처 유무의 차이는 이들 모두에게 심리적 압박감으로 다가간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돼 오히려 이들 4개 업체가 인수전략을 짜는 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신경 쓰였는 ‘숙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는 분석이다.
◆ 금융권 “누굴 잡을지 고민 되네”
6일 현재까지 업계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한화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한 후 세부적인 방안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당초 두산그룹과 손을 잡으려 했으나 두산그룹이 밥캣의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압박을 이유로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중도 하차하자 다른 파트너를 물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의지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 역시 한화와 컨소시엄 구성에 근접, 막판 조율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입찰 초기부터 농협에 대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신한은행은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를, 국민은행은 GS 컨소시엄 참여를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다.
반면 우리은행은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와 GS 그룹 등 인수 추진 기업들과 주거래은행 관계를 맺고 있는 탓에 행동반경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갈등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금융권 ‘상대마’라 할 수 있는 하나은행, 외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이 포스코, 한화 등과 ‘짝짓기’를 완료했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의 파트너 결정은 시간문제라는데 업계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0.46%의 미미한 지분보유율 이긴 하나 대우조선 근로자들의 대표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경우에 따라 산업은행의 평가항목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최종 종합평가에서 각 업체들 간 격차가 미미한 경우는 말 할 것도 없다.
◆ 우리사주조합, 다크호스로 급부상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컨소시엄 시장에 뛰어들어 인수 희망 4개 업체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 중이다.
관련해 권성태 우리사주조합장은 “(인수 희망업체들과의) 협의내용은 비밀이다. 컨소시엄 전략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입찰에 참여한 업체 상당수가 우리사주조합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몇몇 기업들과는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조만간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위한 금융조건 협의 및 인수 희망업체들과의 대화채널 확보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12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자회사 매각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한바 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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