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유럽에서도 금융구제안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독일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히포 레얼 에스테이트(HRE) 은행에 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유로(약 85조원)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HRE는 독일 2위 부동산대출 전문 금융기관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뒤 자회사 데파가 단기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바 있다.
요헨 자니오 독일 금융감독위원회(BaFin) 위원장 역시 이날 베를린에서 정부와 분데스방크, BaFin이 참석해 열린 회의를 통해 "HRE에 대해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는 당초 350억유로 규모였던 기존 구제안에 각 금융기관들이 150억유로를 추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HRE가 파산할 경우 독일은 물론 유럽 금융시장 전체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했었지만 이날 구제금융안 결정으로 최악의 위기는 일단 막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일 민간 금융기관 컨소시엄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승인한 350억유로 규모의 구제안을 거부해 HRE의 파산 가능성이 고조됐다.
사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독일 정부는 HRE에 대한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
독일 당국은 정부가 265억유로를 지원하고 민간 컨소시엄이 85억유로를 지원해 모두 350억유로 규모의 구제안을 마련했지만 내년말까지 HRE의 필요 자금이 최대 1000억유로에 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민간 금융기관들이 정부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이날 개인예금에 대한 무제한 지급보증을 선언하는 등 신용폭풍의 파장을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저축예금을 보유한 모든 국민들에게 예금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연방 정부가 이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아일랜드를 비롯해 그리스 등 유럽 주요국이 예금 보장을 선언했을 때 독일이 이를 비난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날 독일 정부의 결정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긴박한가를 반영해줬다는 평가다.
독일 정부는 예금에 대한 무제한 지급보증 등 각종 금융 안전 정책에 대해 모럴헤저드를 비롯해 금융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은 "독일 국민은 1유로의 예금도 피해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을 통해 독일 금융당국은 개인예금에 대한 지급보증 한도를 2만유로로 정하고 있으며 연방예금보험기금을 통해 예금을 보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발 신용폭풍은 유럽 경제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주요국이 사실상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주 프랑스 통계청은 3분기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이 0.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이 맞을 경우 프랑스 경제는 2분기 0.3% 하락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영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JP모간을 비롯해 크레딧스위스, 씨티그룹 등 주요 금융기간들은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성장률이 3분기에 0.3% 하락한 뒤 4분기에도 0.3%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손더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최근 지표를 감안하면 경제 전체가 급속히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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