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 상승과 외환보유액 감소를 초래한 정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고환율 정책을 쓰는 바람에 투기세력이 몰려 원화가치가 폭락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후 물가가 치솟고 환율이 폭등하면서 기획재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포기한 것은 시장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수차례 개입했지만 다음날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전 정부는 미세조정 원칙을 지키며 외환시장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지만 현 정부는 개입주의를 표방하면서 스스로 급격한 변동성을 만들어놓고 나중에 수습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정부의 환율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처음에는 경상수지 중심으로, 다음에는 물가를 목표로 환율 정책을 펴면서 수백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사라졌다"며 "현 정부 경제팀이 환율을 거시경제 정책의 종속 변수로 활용하지 않았다면 외환보유액을 좀 더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고환율 정책을 펼친 적이 없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국제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중요하고 유가가 안정되면 경상수지가 중요해진다"며 "유가 상황에 따라 정책이 다를 수 있으며 다른 나라도 똑같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외환보유액은 1달러라도 아껴야 하지만 1달러를 아끼기 위해 실기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 일본 등도 외환보유액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사퇴 요구에 대해 "국회 때문에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실정의 책임을 국회로 넘겼다.
강성종 민주당 의원은 "물가 폭등과 외환보유액 낭비를 초래한 강만수 장관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며 강 장관을 압박했다.
같은 당 이광재 의원도 "MB정부 6개월 동안 경제지표 중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며 "강만수 경제팀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질을 요구했다.
이어 나선 강운태 무소속 의원이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강 장관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 장관은 "지난 6월 추가 경정예산 법안을 제출했지만 정치권에서 석 달 동안 싸움만 하다가 10월 들어서야 시행됐다"며 "그러다 보니 일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만 끌었고 정책 효과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라고 날을 세웠다.
강 장관은 "아직 때가 안 됐다"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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