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1천3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나 자녀를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 등 환율에 민감한 가정에서는 갈수록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5년 전 딸을 미국의 한 대학에 입학시킨 송모(53)씨는 나날이 오르는 학비와 생활비 부담에 고민이 크다.
송씨는 "한 학기에 학비와 생활비를 합쳐서 1천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요즘 같은 환율이라면 여기서 300만원 이상을 더 보내줘야 한다. 며칠 전에도 딸이 생활비가 모자란다는 전화를 했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1년째 어학연수 중인 노진희(25.여)씨는 환율이 너무 올라 부모님이 송금한 돈을 차마 은행에서 인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씨는 "환율이 1천200원대일 때 한국 돈으로 100만원을 찾으면 수수료를 포함해 20만원 정도 손해를 본다. 그래서 환율이 떨어질 때 인출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점점 더 환율이 올라서 속상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으로 직장 연수를 떠난 이모(29.여)씨는 불과 몇 주일만에 다시 뛰어버린 환율에 "미리 환전을 해놓을 걸 그랬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 목록을 만들어놨는데 몇 개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유학 알선업체와 여행업계도 환율 급등에 따라 손님이 확 줄면서 고충을 호소하는 형편이다.
서울 신촌의 한 유학업체 관계자는 "환율 때문인지 평년보다 유학가려는 사람들이 적다. 우리뿐 아니라 대형 유학업체들도 요즘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안하던 홍보를 하려고 판촉물도 만든다고 들었다"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형 여행전문업체도 "해외 여행을 하는 손님이 8월에는 전년도의 88%, 9월에는 75% 수준에 머물렀다. 환율도 오르고 유가도 상승하는 등 경기가 어렵다 보니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라고 상황을 소개했다.
환율뿐 아니라 주가 급락 등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많다.
주부 김모(60)씨는 "요즘 동네 아줌마들이 모이면 다들 '다시 IMF가 터지는게 아니냐'며 걱정을 한다. 환율도 그렇고 모든 상황이 IMF 직전과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 같다. 정부가 얼른 나서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모두 막연한 불안감에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activist'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환율 급등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기사에 댓글을 달아 "환율을 주가지수로 착각하고 깜짝 놀랐다. 환율이 내리고 주가지수가 오르는 날이 곧 와야 할 텐데···"라고 걱정했다.
이같은 국면에서 한나라당이 전 국민이 집에 보유한 달러를 외화통장에 넣어놓자는 '달러 모으기' 운동을 제안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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