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위기로 급격히 전이되고 있는 양상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퍼져 나갈 것으로 생각되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쓰나미’와 같은 경제위기가 국내시장을 물론 세계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실제 국제유가는 8개월 만에 80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구리와 아연 등 금속 가격도 근래 들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자금유동성 냉각심리에 따른 수요 감소전망이 그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유가는 전일 대비 6.07달러 떨어진 배럴당 87.81달러로 마감,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6.36달러 하락한 배럴당 83.90달러에 거래됐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는 톤당 530달러 내린 5480달러를, 알루미늄은 톤당 94달러 하락한 2245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는 7일 국내 경기둔화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이날 발표한 ‘10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제금융시장 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선진국 실물경제 하강세가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도 경기 둔화세가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특히 생산, 소비, 투자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강조, “8월 중 산업 및 서비스 생산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되는 모습”이라면서 “재고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생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는 등 경기 하강국면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KDI는 “유가 하락에 따라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근원물가는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지속에 따라 예상되는 실물경제의 악화에 대응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음은 물론 내수기업들과 수출기업들이 입게 될 타격을 경계하기도 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상승도 결국 글로벌 금융불안의 일부분”이라면서 “전 세계적인 대외변수들에 대응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다만 금융부문의 심리불안을 억제하는 대책, 내수 부양조치들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가장 필요한 처방은 시장이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오락가락하지 않고 일관적인 정책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한 경우 외환시장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환율과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쳐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배민근 LG경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를 수입해 조달하는 내수기업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면서 “수출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요인이 발성하겠지만 수출경기 자체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배 연구원은 “YES다 NO다 하는 식으로 현 상황을 외환위기로 단정 지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 뒤 “현재 세계경제는 과도기적인 상황이다. 금융 불안이 계속될 경우 일부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김재훈 김형욱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