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리 기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신용폭풍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홍콩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 아시아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홍콩 자본시장 역시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금융허브지수(GFCI)에 의해 세계 금융센터 3위로 선정된 홍콩은 금융권의 파산위기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 중국산 멜라민 파동, 부동산 가격 폭락까지 겹치면서 홍콩 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는 평가다.
금융도시 홍콩 | ||
뱅크오브차이나, HSBC,스탠다드차타드 빌딩이 위치해 있다 |
미국과 중국 본토발 악재가 홍콩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악재로 패닉장기화=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홍콩에서는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하는 등 불안감이 극도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 경제의 위기는 먼저 증시에서 감지할 수 있다. 연일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지난 8일 1만6000선이 무너졌다. 홍콩 금융당국이 ‘신용경색 완화 5개 임시조치’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홍콩 상업은행 3위인 동아은행이 파산할 지 모른다는 루머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났고 DBS와 다싱은행 역시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각종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상업은행 뱅크런 발생 | ||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앞에 줄 서있는 모습 |
뱅크런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나서 5억 달러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심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에 따른 예금인출사태는 당분간 피할 수 없다는 게 홍콩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메릴린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자금난에 몰린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보유 중인 부동산을 잇달아 매물로 내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홍콩의 상업용 빌딩과 고가 아파트 가격이 내년에 30%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당국,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내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개별 은행들의 신용경색을 완화시키기 위해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5개항의 임시조치를 단행했다.
홍콩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은행들의 저금리 유지와 예금자들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일시적인 미봉책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존 창 재정사장은 이같은 임시조치에 대해 “태풍이 오기 전에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과 같다”며 “우리는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위기로 정책당국의 경기부양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홍콩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피터 웡 HSBC 아시아태평양 사업부 전무이사는 “현재의 ‘금융 쓰나미’ 현상은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상황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7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금융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홍콩은 국제적인 위기를 맞아 긴축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항생은행의 한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경제 악화로 내수마저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며 “하반기 홍콩 경제성장률은 상반기 보다 3%포인트 하락한 5.5%를 추정하고 이런 하락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은 지금’=홍콩은 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 이후 중국 본토와는 별개로 1국가 2체제로 운영해왔다. 당시 이런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해외 기업들의 홍콩 진출이 이어져왔다.
자유경쟁 시장체제인 홍콩은 잘 정비된 경제·법률제도와 낮은 소득세율, 질 높은 행정서비스 등으로 런던과 뉴욕에 이어 세계 3대 국제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해 왔다.
홍콩을 대표하는 빅토리아항 스카이라인은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BOC(뱅크오브차이나)등의 고층빌딩으로서 금융도시 홍콩을 상징한다.
홍콩은 금융산업이 홍콩 국민총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특히 홍콩증시는 중국 본토 유수의 기업들이 대거 상장되어 있어 외국인들의 투자제한이 있는 중국증시를 대신해 글로벌 자금을 계속 끌어들이고 있다.
miracl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