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무한질주…정점 예측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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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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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호재 없으면 주중 1500원도 가능 외환보유액 활용 달러공급 확대해야

8일 외환시장이 마감된 후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제는 정점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점"이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69원 가량 폭등하면서 10년 만에 최고치인 1390원대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대형 호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번 주나 다음 주 초에는 1500원대로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가 대외 변수에 의해 촉발된 만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지만 실수요가 있는 곳에 외환보유액을 집중 투입하는 등의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는 대책도 내놨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카운터파트 리스크(거래 상대방에 대한 극도의 불신)가 높아져 세계 각국 정부의 각종 조치들이 먹혀들고 있지 않다"며 "해외발 대형 호재가 나오지 않으면 환율이 1500원까지는 무난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연구위원은 "유럽에서 범 EU 차원의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한다면 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화가 장기 하락 추세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던 1365원이 무너진 만큼 1500원대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하루 현물환 거래량이 50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도 환율이 폭등하는 것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외환시장이 공포에 휩싸여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아직까지 더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최근 환율이 약간의 충격에도 크게 출렁이고 있어 대외 호재가 나타나면 급격히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외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환율 조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 연구위원은 "외화 스왑시장에 100억달러를 공급하는 등의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국책은행을 통해서라도 금융기관에 달러를 공급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보증을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외환시장에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으면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될 뿐"이라며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환율 상승을 원천적으로 막기 어려운 만큼 외환보유액 사용이 중요하며 실수요가 있는 곳에 달러가 공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외환보유액 규모와 기업의 부채비율, 은행 부실여신비율 등의 수치가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개선된 상태라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재 쌓여있는 외환보유액 규모는 위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없으며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당시 국내 외환보유액은 89억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300억달러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이 연구위원도 "기업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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