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금리인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회의감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자금시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다. 8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를 비롯해 중국 인민은행 등 주요 7개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끌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어음(CP) 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미국 CP 금리는 3.5%를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56bp 상승한 것이다.
사진: 중앙은행들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유로달러 옵션을 주문하고 있는 트레이더. |
연준이 사상 처음으로 직접적인 CP 매입 계획을 밝힌데다 0.5%포인트라는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시중에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
로체스터의 매튜 코플러 펀드 매니저는 "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지난 20여년 동안 처음으로 소비 침체가 다가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도 자금시장에서 돈이 풀리지 않는 경색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장 심리가 악화돼 있음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헌팅턴 애셋 어드바이저의 피터 소렌티노 머니 매니저는 "중앙은행들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상징적인 의미 이외에는 영향이 없다"면서 "문제는 신용의 가치가 아니라 신용이 회복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은행간 금리인 리보 역시 이날 144bp 오른 5.38%를 기록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가 시장상황을 개선하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시장이 아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았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로엔스 메이어 전 연준 이사는 "지금은 아주 특수한 상황"이라면서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라면서 금리인하가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역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날 미국 국채 3개월물 금리는 26bp 하락했다.
FTN 파이낸셜의 크리스포터 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의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낼 때까지 시장의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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