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문제야,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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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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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공조가 이뤄졌지만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 쓰나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주요 7개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안정을 위해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을 덮은 먹구름이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리를 비롯해 신용시장의 경색도 문제지만 정작 신용위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한파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美 주택소유자, 빚더미에 사는 꼴=주요 도시의 주택 가치가 모기지보다도 낮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는 커녕 주택소유자들이 빚더미에 살고 있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에서 7550만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30%의 집값 하락을 경험했다고 무디스를 인용,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사진: 주요국 금리인하에도 미국 부동산시장의 개선 조짐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중 16%에 해당하는 1200만가구의 집값이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위기가 미국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집값의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약발이 제대로 먹히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집값이 대출액에도 미치지 못한 비율은 지난 2006년에는 4% 정도였다"면서 "올해 수치는 지난해 6%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많은 주택소유자들이 물 밑에 사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어클로저 사태, 사상 최악=전문가들은 특히 지난 5년 동안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입을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질로우닷컴(Zillow.com)에 따르면 이들 중 29%가 집값이 모기지 대출액보다 낮은 상황에 처해 있다.

이코노미닷컴의 세실리아 첸 주택경제 부문 책임자는 "구제금융안이 최악의 상황을 막아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주택 신용은 여전히 경색돼 있으며 주택가격의 하락은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도시 중 샌디에고와 보스턴 등 주요 도시의 집값은 2003년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로스엔젤레스와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의 집값은 2004년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집값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주택권리 상실을 뜻하는 포어클로저 비율은 갈 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미국 모기지금융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달 이상 모기지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하거나 포어클로저 상태에 처한 가구는 전체의 9.16%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6.52%에서 큰 폭 상승한 것은 물론 39년전 통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모기지 대출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3분기 모기지 대출은 44% 감소했다. 이는 8년래 최악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주택소유자들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금리를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경색 사태까지 겹치면서 주택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LPS 어플라이드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라스베가스에서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소유자 중 6% 이상이 30일 이상 모기지 연체율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의 3.7%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집값 조정 5년은 더 지속될 수도=미국 전역의 주택 가격은 지난 2006년 중순 고점을 친 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집값 상승률은 평균 86%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주택 가격이 일반적으로 구입 가능한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지만 주요 지역의 집값은 여전히 비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중간가격은 20만3000달러를 기록해 평균 가구당 세전소득의 1.9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주택 거품이 발생하기 전인 1985~2000년의 1.87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애틀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경우 주택 가격이 추가로 35% 이상 하락해야 적절한 가격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WSJ는 전했다.

문제는 집값의 조정이 1~2년 사이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인덱스에 따르면 1990년 6월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쳤던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6년이 지난 1996년 3월에야 바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이 지난해부터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5년 이상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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