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무게중심 경기부양으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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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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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기준금리 인하 배경과 전망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해 경기 둔화세를 억제하려는 의도와 함께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공조체제에 동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해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금리를 내리면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훼손될 수 밖에 없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을 경우 경제에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환율 폭등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실물경제 위기 차단 위한 선제 대응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지난 2004년 11월 당시 콜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낮춘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국내 경기 침체 속도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소매판매액 증가율과 각종 생산 지표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도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경기 둔화세를 방치할 경우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로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기업 및 가계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주춤해진데다 이번 달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기준금리 인하를 가능케 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10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적자 규모도 110억달러 규모로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금리인하 추세가 결정적 요인 =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정부에서도 외환시장 변동성 때문에 금통위가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날 미국과 중국, 영국,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0.25~0.50% 인하한 것이 금통위의 부담을 덜어줬다.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조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통화 정책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차원의 금리 인하 추세에 동참한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날 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반 인하하면서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공조체제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번 금융위기가 우리만 겪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선진국과 함께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글로벌 차원의 공조체제가 가시화되지 않았던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 오락가락 정책에 환율 불안 우려 =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외화 유동성 부족에 기인한 만큼 금리 인하가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오히려 통화 당국의 정책 신뢰성이 훼손돼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주요국들이 공조해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금리차에 따른 자본 이동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화 유동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원화 유동성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 배경에 우리와 같은 통화 약세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환율 변동성은 과도하게 크지만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며 "4분기에 경상수지가 소폭 흑자로 돌어서더라도 연말 외화 수요가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가 한은의 예상대로 안정 국면으로 들어설지도 의문이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은 시장 안정이 중요하지만 결국 물가냐 경기냐의 문제"라며 "물가가 3%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가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이어가는 것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내년에 가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계속 불안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리인하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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