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경기침체의 그늘이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과 더불어 월가의 위기는 소비둔화와 실업을 부추기는 한편 미국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미국의 경기침체 상황을 제대로 알려면 가장 먼저 캘리포니아를 살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캘리포니아를 보면 미 전역에 나타나고 있는 경기침체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경제 규모는 무려 1조8000억달러(약 2300조원)에 달하며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인도 GDP의 2배 가량에 해당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는 영화산업의 본고장 헐리우드와 30개의 메이저리그 야구단중 5개팀이 소속돼있으며 미국 제1의 농업주(州)로써 최대 규모의 농업수입면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 주택거품이 가장 빨리 꺼지기 시작한 캘리포니아주는 일자리감소와 소비급감으로 현재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사진은 아널도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캘리포니아주 내의 슈퍼마켓을 돌아보는 모습. |
최근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의 다른 주정부와 마찬가지로 현재 수출산업, 제조업, 전문 서비스업, 대규모의 소매업 분야가 침체의 늪에 깊이 빠져 있는 상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를 촉발시킨 주택거품을 이끌었으며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던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2005년부터 일찌감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일부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빚을 갚지 못해 파산했고 그 여파는 주정부의 금융 분야로 확산됐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건설 분야를 비롯한 소매업과 자동차 판매업까지 일자리 감소가 확대됐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실업률은 7.7%로 미국의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태다.
이는 플로리다와 네바다주 같은 선벨트 지역과 함께 캘리포니아주는 전세계의 은행과 회사들, 주식시장내 충격의 가장 큰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소비율 급감…실업률 증가로 이어져=최근 미국을 휩쓸고 있는 폭풍을 미리부터 감지해온 캘리포니아는 주택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지금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작년부터 소매판매는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실업률과 점포 공실 비율이 급등하는 등 캘리포니아 주의 경기침체는 심각한 상태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가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존 뤽(36세) 매니저는 "주택문제가 경기침체로 어떻게 확산됐는지 그 과정을 지켜봤다"며 "불과 1년 6개월전에는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만 5개 매장을 두었던 대형 가구업체 Levitz가 전부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전에 가게 문을 닫은 뤽씨는 다른 소매점에서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70%를 차지하던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
그는 "요즘 점심값을 아끼기위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때문에 주마다 50달러 이상을 절약하고 있다"면서 "또 자주 이용하던 스타벅스 커피를 중단하는 대신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뤽씨 같이 소비를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했던 소비가 최근 급격히 줄었다. 이는 일자리 감소와 다른 경제 침체를 촉발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작년 3분기 캘리포니아의 과세대상 매출 또한 전년동기 대비 1.82% 감소해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하락세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러한 매출감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현재는 건설 노동자를 비롯해 모기지 브로커, 소매업체 점원, 회계사, 정보기술(IT) 컨설턴트 등도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 실업률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자리감소는 소비감소로 이어져 소매판매율는 지난 6월 정점을 찍은 후에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실업률은 6.1%로 지난해(4.7%)에 비해 급격히 상승했다.
캘리포니아 경제를 연구하는 스테판 레비 센터소장은 "캘리포니아 경제가 이전보다 더욱 최악의 상태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일자리 감소는 2009년까지 계속될 것이며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집값 급락… 공실률 상승으로 부동산 업체 도산위기=미국 경제의 거울로 일컬어지고 있는 캘리포니아가 실업률과 소비위축 뿐 아니라 집값 하락 역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는 수년간 두자리 수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으나 2005년 말부터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고의 주택가격은 19% 하락했던 2006년 수준보다 올해 평균 2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지난 몇년간 두자리 수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으나 2005년 말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
캘리포니아의 주택가격 거품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해안 도시들보다 내륙지방에서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질로우(Zillow.com)에 따르면 아스파라거스 축제로 잘 알려진 캘리포니아 스톡튼 지역의 주택 가격은 지난 10년간 호황기를 누리다 거의 50%까지 하락했다.
스톡튼의 실업률은 2.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 2년간 10.3%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 월넛 크리크의 A급 상업지구 공실율은 작년 9.9%에서 14.7%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콩코드의 공실률 또한 작년 9.5%에서 21%까지 급상승했다.
월넛 크리크의 오피스 브로커인 에드 델 베카로 씨는 "최근 캘리포니아 지역의 공실률이 상승함에 따라 올해 소득이 무려 20% 하락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부동산을 비롯한 소비시장의 침체는 주정부 세입의 감소를 불러왔고 재정적자는 150억달러로 급증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미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캘리포니아주가 채권 발행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7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내 다른 지역들도 미국 경제의 침체를 이끌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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