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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리포트] 월가 금융위기에 러시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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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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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은 물론 러시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경제가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연동 미섹스지수는 신용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난 6일 2005년 10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하며 11% 급락했으며 달러화 연동 RTS지수 역시 2005년 11월 이후 최대폭인 7.8%의 낙폭을 기록하며 1000선 아래인 987.45로 무너진 바 있다.  

   
 
러시아은행(Bank of Russia) 건물 전경.


8일에는 장 초반에 지수가 급락하자 휴장을 결정하는 등 러시아 금융시장의 최근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용위기 사태와 함께 러시아 자본시장을 뒤흔드는 주요 요인은 바로 국제유가다. 미국경제 침체의 위기가 확산되자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국제유가는 70달러선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이같은 상품시장의 조정은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 가즈프롬, 루크오일, 수르구트네프테가스의 주가를 30~40%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7위이자 최대 천연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석유·가스 산업이 전체 주식 가치의 50%를 차지한다. 이들 회사의 자산 가치 변동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해서 국제 유가의 하락은 곧 러시아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증시는 지난 그루지야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면서 내림세를 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세 불안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을 노리고 러시아 증시에 들어왔던 투기세력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하락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금융 구조 상 외환보유액이 5000억~6000억 달러에 이르지만 부채 정도도 비슷한 수준. 이에 따라 투자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받게 되는 타격 역시 크다.

레버리지(leverage:자본 대비 부채)가 높은 만큼 디레버리지(deleverage:차입축소)의 여파도 커지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확대하던 체코의 홈크레디딧은행 등이 진행 중이던 사업 프로젝트에서 잇달아 손을 떼는 등 러시아에 진출하려던 금융자본들이 손을 털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러시아와 여타 국가들 역시 주식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24일 철강기업 메첼(Mechel)에 대해 푸틴이 자의적 반독점조사를 지시하자 주주들이 러시아 정부가 언제라도 민간사업이나 비즈니스 활동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신뢰를 무너뜨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는 러시아 금융시장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앙은행과 정부가 금융위기 여파에 대처하고자 유동성 공급 조치를 실시했지만 소형 은행들은 여전히 파산 위험에 처해있다.

러시아의 스베르방크, VTB, 가스프롬방크 등 3개 국영 은행뿐만 아니라 소규모 은행들의 자금 위축 상황은 악화 일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외환대출지급준비액 규모를 8.5%에서 4.5%로 하향조정하고 개인예금지급준비율 역시 4.5%에서 1.5%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정부가 28개 은행을 대상으로 투입한 구제 금융 규모는 600억 달러로 이 가운데 410억 달러를 3대 은행에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소규모 은행들의 불안정한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의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현상 역시 장기적 경제 과제라 할 수 있다. 러시아의 물가는 상반기에만 15%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모스크바에 있는 미섹스 증권거래소 입구.


생필품을 사재기해야 할 정도로 가정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물가 상승의 정도가 통계적인 수치를 능가할 정도로 체감 물가상승률의 폭은 깊어가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러시아 경제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외경제연구원(KIEP) 황지영 연구원은 “미국발 금융위기는 러시아의 경제에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국 러시아 경제의 붕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연 7%의 꾸준한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5000억 달러 이상으로 충분한 상황이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일부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김경환 연구원은 “러시아의 증시가 호전되려면 안정적인 정국 운영과 금융당국의 신뢰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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