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세계의 공조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을 선두로 유럽 주요국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인하 행진에 돌입하면서 자구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자본주의 도입과 함께 고성장을 지속했던 동유럽 국가들은 신용위기 사태 속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증시를 비롯해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파산 위험과 인플레 급등 같은 온갖 악재들이 대두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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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경제가 신용위기 여파로 악화되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전경. |
율리아 티모센코 총리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 아니라 구제금융 요청시 발생할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우크라이나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철강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과 우크라이나 증시 낙폭이 올들어 70%에 달한다는 사실도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은행권은 미국 월가와 같은 상태에 빠져 있다. 우크라이나 6위 은행인 프롬인베스트는 중앙은행으로 인수됐고 7위 은행 나드라는 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여전히 파산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불안정한 정치 역시 우크라이나 경제를 옥죄고 있다. 티모센코 총리와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이 갈등을 빚으면서 12월로 예정된 조기 총선의 개최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가부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3일 연속 증시 휴장 이후 거래를 재개했지만 이날 70%가 넘는 주가 폭락을 경험하는 쓴 맛을 겪어야 했다.
아이슬란드는 러시아에 5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요청에 나섰지만 상품시장 조정과 증시 폭락으로 '제코가 석자'인 러시아 역시 쉽사리 자금 지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유럽 외환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 역시 출렁거리는 등 미국발 신용폭풍의 여파는 동유럽 전체를 흔들고 있다.
헝가리 포린트화와 우크라이나의 흐리브나화 가치는 올들어 20% 하락하는 등 동유럽 주요 통화 가치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 역시 경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1% 급등했다. 인플레 억제 정책으로 현재 물가 상승률이 16%대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 실물경제는 이미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재정흑자와 함께 공공 부문의 외채가 크지 않다면서 우크라이나 경제가 지난 1998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러시아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인플레 억제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동유럽이 글로벌 경제의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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