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3년 만에 1200선 밑으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며 주저앉았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돼 한동안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국내 증시는 자포자기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3.11포인트 폭락한 1180.67로 장을 마감해 지난 2005년 11월1일 이후 3년 만에 12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도 599조6860억원으로 지난 6일 700조원이 뚫린데 이어 600조원도 무너져 내렸다.
국내 주가는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로 꾸준한 하락장을 이어왔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까지 위협하는 양상이 전개되자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까지 발을 빼면서 낙폭이 커지고 있다.
보통 급락장에서는 저가매수 움직임이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최근에는 이 마저도 자취를 감춘 상태다.
대신증권 청담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전문가들마저 저점을 예상하지 못 할 만큼 낙폭이 확대되자 저가매수 움직임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욱상 현대증권 역삼지점장은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포스코 등 대형주까지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주저앉자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다"며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입고 환매하지도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과 증권사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하는 투자자들의 전화를 하루에 수 십통씩 받고 있다"며 "바닥을 예측하는 게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 1000선이 붕괴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구제금융안 추진을 놓고 마찰이 끊이지 않는데다 국내외 경기침체 조짐을 드러내는 각종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보은 금융감독원 금융시장팀장은 "미국과 유럽의 구제금융안이 주주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가열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위기와 신용경색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증시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펀더멘털과 유동성, 투자자 심리 등 3가지"라며 "펀더멘털은 내년에도 크게 좋아지지 않겠지만 유동성은 충분히 공급될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내년 하반기 이후 물가가 불안해지고 2010년부터 실물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며 "유동성 확대로 주가가 오르겠지만 불안정한 상승이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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