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꽁꽁' 소비자들 지갑 안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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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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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 ‘뚝’, 재래시장도 마찬가지

최근 미국발 금융 위기 속에서 주가 급락, 고환율 등으로 글로벌경제는 한 치 앞이 불투명한 가운데 국내 물가마저 치솟아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 붙고 있다.

농축산물과 의류, 생활용품 등 소비재 전반에 걸쳐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이 잇달아 인상돼 가계의 주름살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참치 캔, 빵 등은 지난달부터 가격이 10∼20% 가량 올랐다. 또 바나나, 수입쇠고기, 와인 등 수입 제품도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가까운 시일내에 10∼20%정도 줄인상됐다.

이런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자 백화점과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이 울상이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을 정기세일을 벌인 백화점은 지난해에 비해 30%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고 대형마트도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9.2%나 감소했다.

재래시장은 더 심각하다. 가뜩이나 대형마트와 각종 할인점에 밀려 소비자들의 발 길이 줄었는데 가격을 내려도 손님들이 선뜻 물건을 사지 않고 있다.

이렇듯 실물 경기가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당분간 지갑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불황에 부유층 소비마저 줄어… 백화점 매출 ‘뚝’

백화점 가을정기세일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북적거리는 매장 풍경과는 달리 매출 실적은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에 머물러 경기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실감케 했다.

강남구에 사는 주부 조모(35)씨는 “예전엔 백화점 세일기간을 기다렸다가 쇼핑을 하러 가곤 했었는데, 올해는 저렴하게 구입 할 수 있는 아울렛이나 인터넷 쇼핑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28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빅3’인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9월 총매출 신장률이 각각 2%, 3%, 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감소해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황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던 명품 매출도 5개월 만에 20%대로 하락하는 등 백화점 매출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백화점 매출 부진은 불황에도 끄떡 않던 부유층의 소비마저 줄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장기 불황의 한파가 사회 전체로 파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업계는 고육지책으로 가을세일이 끝나기 무섭게 각종 기획전과 할인 전을 열어 고객 잡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27일 본점에서 ‘디자이너 겨울상품전’을 열었다. 지난해 여성정장 이월 상품을 반값에 파는 할인전이다. 한쪽에 마련된 ‘초특가전’에는 정상가보다 70~80%씩 싸게 내놓은 제품들도 있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달 말, 신사복에 대해 보상 판매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1개 점포에서 '창사 37주년 축하 상품전'을 열어 와인과 미술품 할인판매, 상품권 증정 등의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대 성수기인 가을 정기세일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며 “금융 불안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할인ㆍ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고가보다 저렴한 상품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식품 용량 줄이고 배달 지역 늘리고”

“하나 사면 하나 더 얹어 주는 행사나 반액 세일 등이 아니면 제 값 주고 물건 사기가 겁나요. 주말마다 가던 대형마트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줄였습니다.”

이마트 은평점을 방문한 40대 가정주부 김 모 씨가 이와 같이 말했다. 생활물가가 너무 올라 대형마트에 가기가 겁난다는 것.

그는 같은 제품이라면 값이 20% 이상이나 저렴한 PB(자사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묶음들이로 저렴하게 다량 구매했지만 현재는 낱개로 사 전체 생활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꿨다.

최근 김 씨와 같이 구매패턴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근 슈퍼마켓을 이용하려는 주부들의 발길을 돌리려 PB상품과 할인행사를 마련하고 있다”며 “식품의 용량을 줄이는 대신 품목은 늘렸다”고 말했다.

GS마트와 홈플러스도 마찬가지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GS마트는 기존 제품을 절단해서 소용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늘었다.

축산코너는 셀프 매대로 운영하고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부위별로 100g~300g씩 개별 포장했다. 양파, 감자, 당근 등 야채도 소포장해 판매한다. 
 
대형마트들은 식품의 용량은 줄이지만 패션 브랜드는 늘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1년간 새로 입점한 브랜드만 여성 브랜드 20개, 캐쥬얼 브랜드 10개, 스포츠웨어 브랜드 4개, 기타 10여개 등 40개가 넘는다.

GS마트도 최근 6개월 동안 리트머스, 지오다노 등 캐주얼 브랜드, 아놀드 바시니, 예쎄, 디아체, 이스트샵 등 여성의류 브랜드가 신규로 입점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배송지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 두 마트는 인터넷 배달 가능 점포를 5~10개 이상으로 확대했다. GS마트도 지난 9월부터 서울 송파점, 대전 동구점, 강원도 춘천점의 배송지역을 확대했다.

홍재모 GS마트 사업부장은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강점을 할인점에 적용해 고객의 발길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PB상품을 더욱 강화했다. 대형마트의 PB 매출 비중이 2006년 평균 9.6%에서 2007년 12.2%로 증가했다. 올해도 15% 이상의 매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재래시장, 가격 낮춰 팔아도 손님은 줄어

추석이 지나자 과일 등의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재래시장의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수산물을 제외한 과일과 채소류는 가을철을 맞아 수확량이 많아지면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뚝 떨어졌다.

전국상인연합회 시장경영지원센터는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철을 맞아 농산물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과일 장사를 시작한지 35년이 넘었다는 임숙희씨(67)는 시장 안에까지 입점해 있는 대형마트를 가리키며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가격 경쟁이 어려워졌다. 가격을 낮춰도 장사가 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채소 가격은 계절별 출하량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가지와 호박 등은 날이 추워지면서 수확량이 감소해 가격이 소폭 오름세를 기록했다.

파, 배추, 상추, 무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추석이 지나면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배추는 한 포기에 2000원, 무는 한 개당 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산 채소류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김달녀씨(45)는 “국산 고춧가루 600g에 1만원 선으로 중국산 6000~7000원과 가격차이가 크지 않지만 그래도 국산 고춧가루를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아쉬워했다.

수산물의 경우 오징어는 20마리에 2만원, 고등어는 20마리에 5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오징어는 추석 때와 비교했을 때 1만원 떨어졌고, 고등어는 비슷한 수준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익명의 상인은 같은 장소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지만 이렇게 불황을 겪기는 처음이라며 “작년에 비해 30%도 안 팔린다”고 하소연했다.

쇠고기는 등심을 기준으로 600g에 3만원에, 돼지고기는 삼겹살을 기준으로 600g기준 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쇠고기는 비슷한 가격 수준을 유지했고 돼지고기는 1000원 정도 내렸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같은 중량에 9000원에 거래되고 있어 국내산과 높은 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김은진 최민지 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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