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 미국 사업전략 수정 불가피
-빠르면 미국 대통령선거전에 합병 마무리 추진
-국내 업체에 직접적인 타격 없을 것이란 전망도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각각 1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간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어 세계 자동차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23.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GM과 12.9%를 차지하는 크라이슬러가 합병할 경우 무려 36%의 시장점유율을 갖게 되며, 종업원수만 35만명에 달하는 거대 공룡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특히 양 사가 합병되면 미국 자동차시장의 전체적인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로 경쟁력 향상을 불러오면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출에 타격이 발생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미국 자동차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 국내 업체들도 미국내 사업전략을 조정해야 하는등 경영전략 개편이 불가피해질 거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진행된 GM과 크라이슬러간의 합병추진 방식과 진행상황, 그리고 국내 자동차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짚어봤다.
◆양 사간의 합병추진 방식은?
고유가와 경기악화에 따른 자동차 판매부진에 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미국 자동차시장은 말 그대로 목줄을 죄고 있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대수는 전년대비 11%나 줄었다.
뉴욕타임즈, 미국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인 에드먼드닷컴 등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9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동기보다 무려 19%나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9월 매출이 1년전보다 36%까지 하락할 것이며, GM은 23%, 포드는 25%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미국 자동차시장이 15년래 최악의 판매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GM은 대대적인 비용절감 뿐 아니라, 유동성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부도위기에 몰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크라이슬러 또한 자동차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난이 계속되자 대주주인 서버러스 캐피탈이 자동차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서버러스 캐피탈은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를 인수해 금융사업에만 전념하는 대신, GM은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 합병협상 얼마나 진행됐나?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내달 4일 있을 미국 대통령선거 이전까지는 합병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지난 17일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빠르면 이달말에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양사와 거래하고 있는 JP모건체이스 같은 금융기관들이 합병 협상 타결을 바라고 있으며 크라이슬러의 모회사인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합병시 새로 생길 업체의 지분 소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현재 양사가 협상타결에 근접한 것은 아니며, GM 일부 이사들도 합병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핵심쟁점인 크라이슬러와 GM이 보유하고 있는 GMAC 지분 49% 교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 국내 자동차업계의 반응은 ?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과 크라이슬러간의 합병이 국내 자동차업계에 직접적인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게 국내 완성차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GM과 크라이슬러는 미국내 자동차 공장이나 생산 모델, 그리고 판매망에서 중복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양사간 합병될 경우 미국 자동차시장의 변화의 바람은 불가피해 국내 업체들도 미국 현지의 경영전략을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등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GM과 크라이슬러의 합병추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양 사간의 합병이 이뤄지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미국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연구원은 “GM과 크라이슬러의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현재 양 사간가 중복된 사업구조가 높아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받는 피해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안수웅 센터장도 “GM과 크라이슬러간의 합병시너지는 크기 않으며, 시너지효과가 나오기까지 2∼3년이상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GM은 크라이슬러가 갖고 있는 현금 117억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며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을 꾀하는 한편, 정부지원금도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며 “특히 GM에서 크라이슬러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대마불사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재붕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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