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2일 미국 샌디스크사 인수를 공식 철회했다.
샌디스크 인수로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보였던 삼성전자가 돌연 인수를 철회한 것은 끝내 인수가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과 샌디스크사의 실적 부진, 최근 경제위기로 인한 사업 불확실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수 제안을 철회하더라도 국내외 업체와 합작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것으로 밝혀 인수 재추진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 왜 철회했나
삼성전자는 지난 9월 17일 샌디스크사에 서한을 보내 샌디스크사의 총 주식 2억2500만주를 주당 26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후 지금까지 가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진행해온 샌디스크와의 물밑 협상에서 가격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인수가격과 조건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샌디스크는 여전히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인수가격 공개 당시 “인수제안 가격인 26달러가 샌디스크의 최근 주가에 비해 93%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라며 충분하고 공정한 가격이다”고 밝혔지만 샌디스크측은 “삼성전자가 제시한 가격이 샌디스크의 52주간 최고 주가인 56달러의 55%에 불과하며 샌디스크의 내재적인 가치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샌디스크의 인수 거부의사에도 계속적인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샌디스크가 3분기 실적발표에서 2억 50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시장가치가 떨어지고 낸드플래시 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점을 감안할 때 26달러도 ‘비싸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샌디스크에 보낸 인수 제안 철회서에서 "삼성전자는 주주를 우선 고려할 때 샌디스크 사업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적절히 대응할 의무가 있다“며 더 이상 주당 26달러로 인수하는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21일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인 도시바가 일본에 있는 샌디스크와의 합작회사 지분 30%를 인수한 것과 최근 샌디스크가 전 부문에 걸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 등도 인수 철회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샌디스크가 도시바에 생산설비를 판 것은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것으로 본다”며 “또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그만큼 경영상황 악화가 심각한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고 말했다.
◆아직 협상여지는 남겨놔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 철회가 샌디스크와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측은 “이번 샌디스크 인수 제안을 철회 하더라도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과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상시적으로 국내외 업체와 협력, 제휴, 합작 등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샌디스크와의 협상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영 기자 yout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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