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여년 전만해도 예술은 의식주처럼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 시절에는 예술이 특수한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예술시장도 예술을 감상하는 향유계층보다는 생산자인 예술가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80년대로 접어들면서 올림픽 특수로 경제가 발전했고 풍부해진 외화 덕분에 해외여행도 자유로워져 서구문화를 접할 기회도 늘었다.
또한 문화예술계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술시장은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했고, 소비자인 대중의 중요성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서구사회의 화두였던 ‘뉴 웨이브’에 대한 정보가 언론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전달되어 예술시장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소 낯설기는 했지만 강력하고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던져줌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정치, 경제, 군사에서 ‘인간의 삶’으로 이동시켰다.
변혁에 가까웠던 당시의 변화는 대중에게 삶의 중요성을 인식시켰고, 의식체계를 분석하는 철학을 재평가하는 단계로 발전시켰다.
철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철학의 동반자인 예술로 확대 되었다. 예술의 흥미로움과 친근함은 대중이 예술로 다가갈 수 있게 해 주어 예술은 우리 삶의 의식주와 동등한 삶의 기본요소로 자리 잡았다.
또한 예술은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게 하였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대중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대중은 다양한 문화예술향유를 원하게 되었고, 정부 또한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공연장이나 전시장과 같은 예술기관을 설립하였다. 전국의 예술기관은 지역주민에게는 윤택한 삶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고, 기업에게는 문화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기업은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문화현장의 감동을 활용하였다. 상품의 소비를 통해 느끼는 만족보다 예술이 주는 ‘감동’이 고객확보에 더 큰 도움을 준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기업이 제공하는 문화예술을 통해 감동을 느끼고, 그 감동을 기업의 이미지와 일치시킨다. 결국 대중은 기업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충성스러운 고객이 된다.
또한 기업이 문화예술을 꾸준하게 지원하면, 예술기관은 적정재정자립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수준 높은 작품을 후원기업의 이름으로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예술지원을 통해 사회공헌에 참여하고 동시에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 밖에도 문화예술지원을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다양하다.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기업이 구축한 이미지는 광고를 통해 구축한 기업의 이미지보다 더 효과적으로 기업의 매출을 향상시킨다.
광고는 기업의 장점을 대중의 이성에 간접적으로 호소하는 반면에 문화마케팅은 문화현장에서 고객의 감정에 직접 호소하기 때문에 매출을 향상시키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대중의 성향과 요구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상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제품의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은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대중은 기업이 자신들의 요구에 부응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대중의 꿈을 실현시켜줄 때 비로소 대중은 그 기업의 충성스러운 고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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