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가 거침없다. 엔화 가치는 이번달 들어서만 달러 대비 10%가 넘게 급등하는 '파죽지세'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엔화 강세는 언제까지, 얼마나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신용위기 사태가 이어지는 한 엔화 강세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엔화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달간 엔화 가치 달러 대비 13% ↑=엔화 가치는 지난 한달간 달러에 대해 13% 상승했으며 유로에 대해서는 33% 폭등했다. 같은 기간 영국 파운드화와 캐나다 달러에 대해 엔화 가치는 각각 35%와 43% 치솟았다.
엔화가치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대거 청산을 들 수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마련해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사진: 지난 1달간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3% 급등했다. |
일본이 기준금리를 0.5%로 유지하면서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한 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이끈 요인으로 캐리 트레이드는 증시를 비롯해 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에 주로 투자한다.
미국증시를 주도로 글로벌 증시가 초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시장까지 약세를 지속하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정리되고 있는 것이 바로 엔 강세의 배경인 것이다.
◆와타나베 부인 대거 日 송환...엔 캐리 수천억달러 달할 듯='와타나베 부인'으로 상징되는 투자세력이 엔화를 본국으로 송환하면서 엔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닛케이지수가 26년래 최저치로 밀렸지만 상대적으로 내각은 물론 야당까지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일본경제가 안정하다는 평가가 대두되고 있는 것도 엔 강세의 요인이라는 평가다.
최근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15조달러(약 2경1000조원)에 달하는 일본 내 저축과 이를 배경으로 수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위기 사태와 함께 해외로 빠져나간 엔화 자금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엔화 강세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JP모간체이스의 사사키 토루 수석 외환 투자전략가는 "엔화가 귀환하고 있다"면서 "엔 캐리의 끝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엔 환율 전망을 87엔으로 잡았지만 80엔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사키 전략가는 "최근 수주간 일본으로 돌아온 자금만 수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FRB·ECB 금리인하도 엔 강세 요인...헤지펀드가 엔 캐리 세력=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통화국의 금리인하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엔화 강세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방기금목표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ECB 역시 내주 중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글로벌 신용위기가 본격화한 뒤 달러 대비 엔화 상승폭은 24%에 달한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한 캐리 트레이드의 주요 세력은 어디일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미국과 유럽의 헤지펀드들이 캐리 트레이드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와타나베 부인'과 같은 일본 개인 투자자들 역시 높은 수익률을 좇아 이머징마켓 펀드를 비롯한 고수익 자산에 대거 투자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2일이후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40개 뮤추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3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BOJ 개입 우려...추가 상승 제한될 수도=일각에서는 엔고에 대한 선진7개국(G7)의 우려섞인 발언이 나온 뒤 일본은행(BOJ)이 매도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 강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 게이단렌 회장은 최근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화 강세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미타라이 회장은 "엔에 투자자금이 몰릴 경우 글로벌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소씨에테제네럴의 유지 사이토 외환 트레이딩 부문 책임자는 "일본 당국의 엔화 매도 개입이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엔화에 대한 매도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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