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빼는 건설업계(중) - 왜 이지경이 됐나
- 수요분석 없는 무리한 공급확대 화 불러
- 안이한 정부정책과 대응이 위기 더 키워
---"1% 계약금, 공동구매제 등 파격조건을 내세우며 업체들이 마케팅을 벌여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인 상태"라며 "중환자인 지역 주택시장엔 투기과열지구 해제 같은 일시적 처방이 아닌 세금과 대출규제 완화 등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의 언론보도 같지만 아니다.
1년전인 2007년 9월 지방의 한 언론사에서 다룬 '주택건설업 진단' 내용 중 일부다.
이미 지방의 주택건설업계에서는 고통을 호소하며 정부에 간절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1년여가 지난 2008년 10월, 상황은 똑같다.
다만 지역을 지방에서 서울로, 그리고 전국으로 확산된 것 밖에 없다.
건설업계를 목조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16만가구를 웃돌고 있는 미분양과 여기서 기인한 유동성 문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나 대비는 없었던 것이다.
뒤늦게 건설업체에 9조원을 긴급지원, 건설경기를 살린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정부가 현장의 소리를 듣지않았거나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 정책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D건설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을 몰라도 한창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건설업을 살린다고 하는데, 발표되는 대책을 보면 현장과는 한창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과 떨어진 '책상정책' 사례는 또 있다.
한 예로 정부는 지난 2004년 건설산업발전심의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4대분야 10개 핵심과제를 선정, 건설산업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의욕적으로 발표했다.
내용에는 △중소건설업체 육성과 지원 △신건설수요창출 △건설기술개발 투자 확대 등 그럴듯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발표 구호만 요란했지 결과는 신통지 않았다.
결국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되었다. 그러나 건설선진화위원회란 이름으로 지난 5월 다시 출범했다.
건설업계는 "흥청망청 쓰다가 어려워지니까 정부에 손을 벌린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을 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미분양과 관련하여 업계도 분명 책임이 있지만 건설업계가 정부에 자꾸 지원만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요구한 것이 과연 무엇이냐"며 "미분양 아파트를 사달라는 것이라 아니라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6월 정부가 미분양 대책을 내놓을 때도 현실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던 것도 바로 이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의 방만한 경영도 문제를 키운 것은 사실이다.
미분양 적체가 정부의 정책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물량을 과도하게 쏟아낸 것이 주 요인이기 때문이다.
채훈식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요예측없이 무조건 공급한 것이 미분양을 부른 가장 큰 요인"이라며 "예컨데, 수익을 우선적으로 하다보니 대형평형 위주로 공급을 했고, 결국 이 것이 미분양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과도한 물량이 공급된 것. 2002년을 기점으로 주택경기가 좋아지자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낸 아파트가결국 부메랑이 돼 주택건설업체 목을 스스로 조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통계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전국의 주택사업자수는 지난 2001년 3929곳이었지만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06년에는 7118곳으로 거의 배가까이 증가했다. 그만큼 중소형 중소형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었다는 것이다.
주택사업이 된다고 하자 안팔린 것은 생각도 안하고 너도나도 짓기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G건설의 한 관계자는 "IMF전만 하더라도 공급되는 민간주택물량 가운데 60% 이상이 대형업체 물량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30%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중소형업체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미분양 증가의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철저한 사전 수요분석 없이 무리한 주택공급이 화를 부르고 이에 안이한 정부정책이 어우러지면서 오늘의 위기를 더 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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