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시장 경색이 해소되기 시작한걸까. 신용위기 근원지인 미국에서 자금시장의 경색이 완화되고 있다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업어음(CP) 직접 매입에 나선 가운데 CP 발행 규모가 큰 폭 증가한데다 금리 역시 하락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준이 CP 매입을 시작한 첫날 만기 80일 이상의 CP 발행 규모가 67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주 평균 67억달러의 10배에 달하는 것. 발행건수 역시 1500건을 상회하면서 평균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기업별로는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해 모간스탠리와 한국 산업은행이 CP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사진: 연준의 개입으로 CP 발행이 큰 폭 증가하는 등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
CP 금리 역시 하락하면서 자금경색 사태가 완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전일 90일 만기 CP 평균 발행금리는 2.5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말 대비 70bp(0.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보다 105bp(1.05%포인트) 높은 것이지만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효력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메시로우 파이낸셜의 아돌프 로렌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CP 금리 하락은)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이라며 "CP 시장 안정은 민간이 아닌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90일 무담보 CP 매입 금리를 2.89%로, 오토론과 카드론 등 자산유동화 담보 CP의 경우 3.89%로 정했다.
미국 CP 시장 규모는 지난 9월초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하면서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해 지난달 후반에는 20%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2001년 경기침체 당시의 17% 감소에 비해 감소폭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의 돈줄을 풀어주기 위해 CP와 양도성 예금증서(CD) 매입을 시작했다.
백악관 역시 주요 은행들에 시중에 자금을 풀라고 독려하는 등 유동성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기관들이 돈을 쌓아두지 말고 가계와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들은 대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정부가 은행권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리노 대변인은 은행들이 대출을 꺼림에 따라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는 구제금융을 통해 은행들이 본업에 충실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앤소니 라이언 재무부 국내금융담당 차관대행 역시 이날 뉴욕에서 금융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금융기관들이 시중 자금경색을 풀어나가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지 예의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구제금융 중 1250억달러를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체이스, 씨티그룹 등 9개 대형 은행들에 지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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