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뢰위기(Counterparty Risk)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과 오락가락하는 당국자들의 입방정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면서 '양치기 소년'이 돼 가고 있다.
29일 코스피 지수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3% 이상 떨어져 1000선 아래로 밀렸다.
그러나 정부는 IMF에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IMF도 우리나라에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우리나라의 IMF 달러 통화스왑 프로그램 참여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IMF가 준비 중인 프로그램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29일(현지시간) IMF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이 나오겠지만 원칙적으로 IMF 회원국이면 모두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IMF가 마련 중인 신흥국 단기 통화스왑 프로그램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맺은 달러스왑 협정과 비슷한 제도로 위급 상황 발생시 낮은 조달비용으로 달러를 차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루머는 지난 27일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IMF의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준비 중인 방안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시작됐다.
신 차관보는 "IMF가 아직 상품을 만들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신 차관보의 발언이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고 해석하고 불안심리에 사로잡혀 매도세로 돌아섰다.
지난 24일 재정부는 "IMF가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에 대한 지원을 준비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국자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에 정부는 지난 닷새 동안 3차례나 입장을 바꾼 셈이 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불안심리를 더욱 확산시키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며 "시장이 극도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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