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방기금목표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은 물론 정책 당국의 공조에도 불구하고 신용위기 사태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연준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美 기준금리 1%....13개월 동안 9차례 인하=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기존 1.5%에서 1.0%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은 물론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연준은 신용위기 사태를 맞아 지난 13개월에 걸쳐 모두 9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 셈이 됐다. 이 기간 금리인하폭만 4.25%포인트에 달한다.
연준은 민간은행들에게 대출할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 역시 기존 1.75%에서 0.5%포인트 내린 1.25%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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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준이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사진은 이번달 초 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버냉키 의장. |
연준 이사를 역임한 프레드릭 미쉬킨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연준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극히 공격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FOMC 이후 공개한 성명서를 통해 경기 평가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연준은 소비지출 위축으로 경제활동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됐다면서 최근 수개월에 걸쳐 기업투자와 산업생산이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또 연준은 성명서에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미국의 수출 전망도 어두운 상태라는 문구를 삽입해 경기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추가 인하 의사 밝혀...물가 문제 없어=연준은 추가 금리인하도 불사할 것임을 다시 한번 밝혔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인플레가 향후 수분기 동안 물가안정 수준으로 완만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내다봤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가 고점대비 50% 이상 급락하는 등 상품가격의 하락을 반영한 것이다.
연준은 전반적인 경제와 금융시장 전개과정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필요할 경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와코비아의 존 실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 둔화가 이어진다면 연준은 추가로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의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끌어내린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1958년 이후 처음으로 1%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스탠포드그룹의 라일리 그램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연준은 차기 FOMC에서 0.5%포인트의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면서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리의 커트 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금리는 1%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망 여전히 불안...증시 혼조·달러 급락=그러나 연준의 이같은 공격적인 경기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신용위기 사태의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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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추이 (출처: FRB) |
RBS 그리니치 캐피탈 마켓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는 최악이다"라면서 "4분기에도 소비지출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의 반응 역시 쉬원치 않았다. 금리인하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증시는 다우지수가 74.16포인트 하락한 8990.96을 기록하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2944달러를 기록해 전일 대비 2.1% 상승했으며 달러/엔 환율은 97.65엔을 기록하면서 0.4% 하락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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