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10월은 가고...글로벌증시 바닥 다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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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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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10월이 끝났다. 신용폭풍의 골이 깊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게 한 악몽같던 10월이 지나간 것이다.

세계 금융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신용폭풍이 전세계를 휩쓴 가운데 지난 한주간 증시가 큰 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자본시장은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한지 50여일이 지난 가운데 그동안 글로벌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큰 격동의 시간을 보내며 투자자들의 속을 태웠다. 

◆10월 다우 사상 최대 낙폭...전세계 9조5000억달러 사라져=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였던 만큼 10월 한달 동안 각종 기록들도 쏟아졌다.

10월 다우지수의 낙폭은 무려 1500포인트가 넘었다. 주식 트레이더 연감에 따르면 이는 지난 1901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낙폭이다. 퍼센트 기준으로 다우지수의 낙폭은 14.1%를 기록했다.

   
 
사진: 글로벌 증시가 최악의 10월을 보낸 가운데 지난달 중순 증시가 폭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괴로운 몸짓을 취하고 있다.

같은 기간 S&P 500지수는 198포인트(16.9%) 하락했으며 나스닥은 361포인트(17.4%) 빠졌다.

유럽증시 역시 10월 한달은 투자자들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간이다. 범유럽 지수인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는 지난달 13% 하락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아시아증시의 상황은 더 우울하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27일 7000선 붕괴 위험에 처하면서 26년래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닛케이지수의 낙폭만 3000포인트가 넘는다. 중국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유럽과 남미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증시 성적은 참담할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유럽의 신흥 금융국가 아이슬란드의 주가는 10월에만 81% 폭락했다.

신흥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며 이머징마켓의 성장을 주도했던 브라질증시는 사상 최대 하락률로 10월을 마감했다.

그나마 지난주 각국의 고강도 경기부양 정책과 금리인하에 힘입어 증시가 반등을 시도하면서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10월 한달간 글로벌증시에서 사라진 돈은 9조5000억달러(약 1경300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40배가 넘는 돈이 불과 한달만에 사라진 것이다. 

◆유가 32% 폭락, 외환시장 달러·엔 초강세=신용폭풍은 증시뿐 아니라 상품시장에도 휘몰아쳤다. 국제유가는 10월에만 배럴당 32%가 넘게 하락했다. 이는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으로 지난 7월 사상 최고치 147달러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신용위기속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거론됐던 금값 역시 폭락을 면치 못했다. 10월 금값은 18% 하락해 역시 사상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구리와 은선물 또한 10월 한달간 각각 35%와 20%의 낙폭으로 장을 마감했다.

신용위기의 혼란속에서 외환시장은 그야말로 아이러니 자체였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작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의 달러가 강세를 지속한 것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10월30일 뉴욕외환시장에서 1.272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9월말 1.4092달러에 비해 10.7% 하락한 것이다.

엔화의 초강세 역시 신용위기 사태에서 보기 드문 승자였다. 유로/엔 환율은 10월 무려 20% 가까이 하락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서도 8% 가까이 상승하며 10월 한달을 마감했다. 

◆글로벌증시 바닥론 대두...실물경제는 악화일로=격동의 한달을 보낸 글로벌증시의 연말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서서히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지난주 증시 흐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다. 10월 마지막주 다우지수는 11%가 넘게 올랐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 역시 각각 10%가 넘게 올랐다.

유럽증시 역시 같은 기간 12% 상승하며 2001년 이후 주간 기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아시아증시 역시 지난주 기록적인 상승폭으로 일주일을 마감했다.

   
 
최근 1년간 다우지수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증시 낙관론자들이 올들어 주가 낙폭이 큰데다 상품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마땅히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증시에서 본격적인 저가매수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루미스 세일리스의 워렌 쿤츠 매니저는 "시장에는 저렴한 주식을 사려는 세력들이 몰려 오고 있다"면서 "지난 25년 중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신용위기 사태속에 주식 투매현상이 이어지면서 '주식회사 미국'의 주가는 1985년 이후 가장 싼 수준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7배를 기록하고 있다.

하이마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데이빗 고에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은 저평가됐으며 전세계 주요국 정부가 쏟아부은 유동성만 약 5조달러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위기의 실물경제 전이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증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실적이 악화일로는 걷고 있다.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360개 기업의 순익은 전분기 대비 11% 감소했다.

경제지표 역시 투자자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3% 감소했고 무엇보다 미국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는 수년래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증시 반등보다는 변동성 확대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닥 다지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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