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역사적인 선거가 4일 미 전역에서 순차적으로 시작돼 별다른 불상사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꼽히는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선거결과에 미국뿐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표는 미 동부시각 기준으로 이날 오전 6-7시(한국시각 오후 8-9시) 사이에 버지니아, 버몬트, 코네티컷, 뉴욕, 메인, 켄터키주 등에서 시작됐으며, 오전중에 미 전역이 투표의 열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투표장에는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시간부터 유권자들의 투표행렬이 길게 늘어섰지만, 유권자들이 차분하게 투표에 임해 특별한 소란행위나 부정선거 시비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투표장에서 투표기계 고장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고,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몰림에 따라 투표마감시간이 다소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투표일 전날까지 30개주에서 실시된 조기투표에서 3천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한데 이어 이날도 1억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돼 역대 최고투표율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투표는 시차에 따라 동부지역을 시작으로 서부지역으로 진행돼 알래스카와 괌에서 5일 오전 1시(한국시각 5일 오후 3시) 종료된다.
당선자의 윤곽은 격전지가 몰려있는 동부와 중서부 투표가 모두 마감되는 4일 오후 10시(한국시각 5일 정오) 이후가 돼야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투표마감이 빠른 동부지역의 버지니아주와 중부의 인디애나주 선거에서 오바마가 승리한다면 그 이전에라도 오바마 당선이 유력하다는 미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를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는 이날 오전 0시 미국에서 가장 먼저 투표가 실시된 뉴햄프셔주 북부의 작은 시골마을 딕스빌 노치에서 15표를 획득, 6표를 얻는데 그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물리치고 첫 승을 신고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상원의원 지역구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부인 미셸 여사와 한표를 행사했으며, 비슷한 시각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도 지역구인 델라웨어주에서 부인 질 여사와 투표를 마쳤다.
매케인 후보는 신디 여사와 함께 애리조나주에서, 새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알래스카주에서 남편 토드와 나란히 각각 한표를 던졌다.
사상 첫 흑백대결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최종 조사에서도 우위를 지킨 것으로 나타나 미 건국 232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된다.
갤럽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55% 대 44%로 오바마의 승리를 점친 것을 비롯해 CBS뉴스 51% 대 42%, NBC뉴스-월스트리트 51% 대 43%, 라스무센 52% 대 46%로 모두 오바마 당선을 예상했다.
CNN방송은 오바마가 29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157명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매케인을 누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선과 동시에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5명을 교체하는 상원 선거, 정원 435명을 전원 재선출하는 하원 선거, 11개주의 주지사를 선출하는 의회와 주지사 선거도 실시됐다.
상원선거의 경우, 개선(改選)이 이뤄지는 35석 가운데 민주당은 13-2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공화당은 13-19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현재 49석인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과반 달성은 물론 최대예상치인 21석을 보태는데 성공할 경우,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슈퍼 60석' 달성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하원선거에서도 현재 236석에서 25-30석 정도 추가, 최대 265석 정도까지 늘리면서 다수당 입지를 더욱 확실하게 다질 것으로 보인다.
모두 11명을 선출하는 주지사 선거에서는 양 당이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델라웨어, 미주리, 몬태나, 뉴햄프셔, 웨스트버지니아 5곳 주지사 선거에서 강세를 보이는 반면 공화당은 인디애나, 노스다코타, 유타, 버몬트 등 4곳에서 선전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웨스트버지니아 선거는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게 되면 행정부와 입법부를 완전 장악하게 돼 워싱턴 정치에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